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

[23.05.05] 와카야마 여행

by 베베까까 2023. 4. 25.
728x90

#간사이공항 #유아사간장공장 #유아사전통건축물보존지구 #엔게츠도 #시라라하마 #료칸카이슈

 

 

6시 칼퇴를 찍고 인천공항 근처의 숙소로 바로 가려고 했는데…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회사에서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지.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서야 겨우 침대에 누워 뼈대만 있는 여행 계획을 손보기 시작했다.

 

새벽 두 시까지 계획을 손 보고… 네 시에 일어나려던 계획부터 틀어졌다.

눈을 떠 보니 다섯 시여서 공항철도를 탔다간 비행기를 놓칠 판이라 택시를 불렀다.

웹 체크인 미리 안 해놓았으면 진짜로 비행기 못 탔을 뻔…

 

 

 

아침 비행이었던 탓에 두 시간 가량 비행 내내 잤다.

그런데… 전날 먹은 마라탕에 문제가 있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내 속이 별로였는지, 배가 아팠다.

기차 한 편을 놓치면 다음 일정이 꼬이는 상황이라 화장실을 못 갈 뻔 했는데…

입국 심사가 아주 빠르게 이루어진데다 패스 교환도 빠르게 이루어진 덕분에

 화장실을 가고, 아침밥을 먹고, 기차를 타러갈 수 있었다.

 

이 날부터 여행 마지막 날까지 사용한 패스는 "JR ISE-KUMANO-WAKAYAMA PASS" 였다.

5일 여행하는 동안, 패스 외 교통비를 딱 1번 냈을만큼 효용성이 높은 패스였지만…

지정석을 4번 이용하면, 그 뒤로는 특급열차를 못 탄다는 치명적인 단점 때문에 일정 짜는데 애로사항이 많았다.

와카야마 지역을 주로 다니는 특급열차는 쿠로시오 뿐인데, 이 열차가 전석 지정석인 탓이었다.

(22년부터 전석 지정 열차가 됐는데… JR도카이와 JR서일본은 패스 업데이트 안 할 건가!?)

 

 

 

공항에서 유아사까지 가는 길에도 내내 잤다.

일어나니 또 배가 아파서(염병)… 슬슬 이번 여행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몸이 잘못 된 게 아니기를 빌며 코인락커에 캐리어를 넣는데… 500엔 락커가 캐리어를 넣기에 약간 작았다…

어찌저찌 꾸겨넣긴 했는데… (결국 뺄 때 엄청 고생했음…)

 

가까스로 유아사역을 떠나 부근의 간장 공장으로 향했다.

유아사는 일본 최초로 간장을 만든 동네인데, 현재도 몇 군데에서는 전통방식으로 간장 제조가 이루어지는 듯했다.

내가 간 곳도 그 공장들 중 하나였다.

 

입구에 딱 들어서자마자 간장 냄새가 찐하게 풍겼다.

거대한 간장 양조 용기에 감탄하고, 2층에 올라가보니 간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4인 이상이 방문하면 양조 중인 간장을 휘젓는 체험도 할 수 있다던데…

이번 여행에서는 인원수 미달로 실패.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하고, 공장에서 나오는 길에 간장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가기 전부터 무슨 맛일까 궁금했는데… 달콤한 소프트 아이스크림 끝에 간장의 풍미가 살짝 올라오는 맛이었다.

 

의외로 짜지 않았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유아사 전통 건축물 지구를 둘러보았다.

유아사는 간장 발상지로도 유명하지만,

부근에 구마노고도라고 하는, 오랜 순례길의 숙소로도 이용되었다보니 옛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마을 중간에 구마노고도임을 알리는 표지판도 볼 수 있었다.

 

 

 

한적한 동네 구경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시라스동(멸치치어덮밥)을 먹으러 갔다.

그런데… 괜히 골든위크가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는 건지, 가게 앞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가게는 그리 크지 않아 보였고, 다른 사람들처럼 기다렸다가는 타려던 기차를 못 탈 듯해 난감했는데…

덮밥 테이크아웃이 된다는 판넬을 발견!

얼른 가게 안으로 들어가 덮밥을 포장해 역으로 향했다.

 

 

 

역에 도착해서 힘들게 캐리어를 꺼내고, 힘들게… 쿠로시오의 좌석 지정을 했다…

유아사역은 일부 특급열차가 정차하는 역이었지만, 미도리노마도구치가 없어서 기계를 이용해 지정석을 끊어야 했다.

그러나 패스 책자 어디에도! 기계를 이용해 지정석을 끊는 방법이 설명되어있지 않았다!

역 직원과 통화할 수 있는 버튼이 있긴 했는데, 대부분의 콜센터가 그렇듯 더럽게 연결이 안 됐고…

결국 기계를 붙들고 이 버튼 저 버튼 눌러가며 씨름한 끝에 지정석을 끊었다.

 

이후 역에 찾아온 일본인 할머니들도 기계로 티켓 예약하는 거 너무 너무 어렵다고 화내던데…

키오스크 앞에서 어려움을 겪는 우리나라 노인 분들이 떠올라 씁쓸해졌다…

 

 

기차 안에서 시라스동을 맛있게 먹고, 또 숙면…Zzz…

눈을 떠보니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푸르른 바다가 너무 예뻐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유아사를 출발한 열차는 종착역인 시라하마역에 도착했다.

열차에서 내려, 우선 체크인을 위해 이 날 묵을 호텔형 료칸 카이슈(海舟)로 향했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료칸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세 시 즈음 도착하니 체크인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여권을 내고 체크인을 한 것까진 문제 없고, 좋았는데… 짐을 방까지 옮겨다주는 서비스를 못 받았다.

내가 들고 온 짐의 양이 적어서였을까?

(그렇다고 여기기엔… 입구에서 로비까지는 직원이 캐리어를 옮겨다줬는데…😥)

 

 

 

새벽부터 움직인 탓에 피곤했지만, 침대에 쓰러질 수는 없었다.

저녁 식사 시간인 20시 전까지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우선 버스를 타고 일몰 명소인 엔게츠도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일몰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록 구름이 끼어버려 그림 같은 일몰 풍경은 보지 못했지만…

어디가도 보기 쉽지 않은 독특한 섬의 모양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엔게츠도에서부터 시라라하마 해변까지 약 1.4KM를 걸었다.

중간에 족욕탕이 있어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니, 이른 시간부터 걸은 피로가 싹 풀려 너무 신기했다.

혈액순환이 되면 몸이 좋아진다는 말을 직접 경험하니 묘한 느낌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바라본 시라라하마는 이 지역이 왜 시라하마(白浜)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초저녁의 약한 햇빛에도 새하얗게 보이는 모래사장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가볍게 걸어보기도 했는데, 샌들을 들고 오지 않은 게 아쉬웠다.

 

 

 

 

관광지 두 곳을 보고, 료칸으로 돌아왔다.

료칸 홈페이지에 18:00~19:00 사이에 간식을 제공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끝무렵에 갔더니 이미 다 떨어져서 맛볼 수 없었다.

아쉬웠지만, 저녁을 더 맛있게 먹으라는 하늘의 계시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온천에 들렀다가,

밥을 먹으러 갔다.

 

 

이번 여행에서 상당히 기대한 메뉴였던 첫날 저녁

료칸에 묵은 만큼 가이세키 요리를 즐기는데, 중간에 고래 요리가 나와 조금 놀랐다.

일본 사람들이 고래를 먹는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상당히 비싸다고 알고 있어서, 내가 먹을 기회가 올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는데…🤩

 

 

 

 

와카야마현은 매실 산지로도 유명한 듯했다.

식전주로 약간의 알코올이 들어간 매실주가, 디저트로 매실처럼 생긴 화과자가 나온 걸 보면.

회에 곁들어 마신 매실 샘플러도 그렇고.

 

#료칸카이슈 #센조지키 #산단베키 #시라하마역 #호텔우라시마

 

 

전날 11시가 되기도 전에 기절한 덕분(?)에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일어나자마자 세수만 대강 하고 꼭 가봐야지! 라고 생각했던 혼욕 노천탕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라서인지 사람이 거의 없어 거의 전세 낸 느낌이었다.

덕분에 사진도 찍을 수 있었고 😉

 

 

혼욕 노천탕에 가는 길에 전세 노천탕도 3개 볼 수 있었다.

이 여행 동안 1개는 보수 공사 중이었고, 골든 위크라 나한테 차례가 돌아올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부지런히 움직이니 안쪽을 구경할 수 있었다.

(온천욕은 충분히 했고, 뷰 자체는 혼욕 노천탕이 훨씬 좋아 입욕은 패쓰)

 

 

아침을 잘 안 먹는 편이라고 생각했데… 아무래도 맛있으면 언제든 잘 먹는 사람인걸로.

 

 

아침을 거하게 먹고, 체크아웃 시간인 11시까지 주변 산책을 하기로 했다.

 

우선 향한 곳은 료칸에서 가까운 센조지키.

센조지키(千畳敷)란 1,000장의 다다미라는 뜻인데,

천 년이 넘는 세월동안 태평양 파도에 침식된 평평한 기암대지를 만날 수 있었다.

 

18년도에 아오모리에서도 같은 이름의 관광지를 들렸었는데, 규모는 그곳보다 이곳이 훨씬 더 컸다.

 

 

 

센조지키까지 온 만큼 더 걸어서 도착한 산단베키

평탄한 센조지키와 대조적으로, 산단베키는 주상절리 절벽이 잘 발달된 곳이었다.

절벽 사이에 동굴도 있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동굴로 내려가 볼 수 있었다.

 

무로마치~에도막부 시절 일본수군이 이 동굴에 배를 숨기고 적과 싸우는 전술을 펼쳤다고 한다.

한데 그 설명문에 그려진 배의 모습이… 거북선에 박살났다던 그것이랑 흡사했다 

시기상 당연한 건데, 묘하게 우스운 걸 보니 난 한국인인가보다 😂

 

 

 

아침 구경을 마치고, 료칸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체크아웃을 하고 버스를 타러가보니, 버스 시간을 잘못 알고 있던 걸 깨달았다.

어쩔 수 없이 다음 버스를 타고 시라하마역으로 향했고…

버스 시간표대로라면, 타려고 했던 기차 출발시간보다 15분 정도 먼저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골든위크의 시라하마(=휴양지)의 도로는 정체구간이 많았다.

버스에 오르고 내리는 사람도 많다보니, 시간표보다 훨씬 늦게 시라하마역에 도착하고 말았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역사 안으로 달음박질쳐 들어갔지만…

애석하게도 열차는 나를 두고 떠나가버렸다…

 

다음 열차는 2시간이나 뒤에 있었기에 남은 일정이 모조리 꼬일 판이었다.

머리가 아팠고, 한 30분 간 역 대합실에서 넋 놓고 앉아있었다.

 

 

 

그래도 나는 J보다는 P니까.

결국 계획이 틀어진 것에 어쩔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 날 일정을 조율해 보기로 결정하니, 배가 고팠다.

역 부근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대합실 한켠에 딸린 관광안내센터에서 관광 팜플렛을 쓸어담았다.

 

이후 14시 쯤, 시라하마를 떠나는 보통열차에 몸을 실었다.

참 신기했던 건… 외국인이 더 많이 탈 법한 특급 열차에는 한국어 역 안내방송이 안 나왔는데,

과연 한국인이 하루에 한명이나 탈까? 싶은 보통 열차에는 한국어 역 안내방송이 나왔다.

기계 번역인건지 미묘하긴 했지만, 뭐.

 

열차는 혼슈 최남단 역인 쿠시모토역을 지나 기이카츠우라역으로 향했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카츠우라 지역에 도착해 구마노고도를 둘러봐야 했다.

하지만 기차 때문에 2시간을 날려 먹어 일정이 취소되었기에, 계획보다 1시간 일찍 호텔에 들어가기로 했다.

 

역에서 호텔에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야했다.

승선장에 가보니, 내가 머물 호텔 우라시마 말고도 나카노시마 호텔 배도 정박해 있었다.

 

근데 뭔가…

호텔 우라시마를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냥 많은 게 아니라,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약간 MT시즌의 경춘선 전철 보는 느낌으로…

그래서 나는 내가 잘못된 곳에 줄을 선 줄 알고, 몇 번이고 호텔 우라시마 행 배인지를 재확인했다.

내가 이 호텔에 머무르기 위해 쓴 비용이 MT용 숙소 수준은 아닌 탓이었다.

 

 

 

다행히 그 혼란스러움은 호텔에 도착하고 나서 해결됐다.

호텔 우라시마는 총 4개의 동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내가 묵은 야마가미관(山上館)은 산 꼭대기에 있어 다른 관들보다 뷰가 좋고, 품격 있는 별관 같은 곳이었다.

 

약 40층 높이에 이르는 야마가미관에 가기 위해서 우선 에스컬레이터를 안내 받았다.

처음에는 거대한 규모가 신기했지만, 나중에는 지겹게 느껴졌다…

그래서 체크인하러 갈 때 딱 1번만 타고, 그 뒤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산을 오르락내리락 했다.

 

 

 

호텔 우라시마는 독특하게도 체크인 할 때, 프론트를 2번 거쳐야 했다.

한 번은 본관 1층에서, 두 번은 각 관의 프론트에서.

야마가미관은 에스컬레이터가 끝나는 39층에 프론트가 있었다.

 

39층에 도착하니, 직원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캐리어를 받아든 직원은 방까지 짐을 옮겨다주었고, 방 안내도 해주었다.

전날 카이슈에서 받고 싶었으나, 받지 못 했던 료칸의 고급진 서비스에 기분이 좋아졌다.

방은 다다미 냄새가 올라온 것만 빼면 너무나 흡족한 수준이었다.

욕실이나 화장실에서 세월감이 느껴졌지만, 어차피 방에서 씻을 것도 아니고, 화장실은 물만 잘 내려가면 되지.

 

출처 : http://www.hotelurashima.co.jp/hotspring/boukido.php

 

워낙 신이 나서 한참 동안 방에서 뒹굴거리다가, 기왕 일찍 들어왔으니 식사 전에 온천욕을 하기로 했다.

 

호텔 우라시마에는 여러 종류의 온천탕이 있지만, 제일 유명한 망귀동부터 들어갔다.

큼지막한 동굴 안에 목욕탕을 꾸며놓았는데… 들어가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괜히 온천 이름이 망귀동(忘帰洞)이 아니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바로 들만큼… 멋지고 신기했다.

파도 치는 소리가 동굴 안에 울려퍼지는데, 온천 안에 앉아 그걸 듣고 있으니 정말…

어휘력이 모자라서 말로 표현을 못 하겠지만, 결론은 아주x∞ 좋았다.

 

아, 닛쇼관 쪽에 현무동(玄武洞)이라는 이름의 동굴 온천이 하나 더 있는데…

여기는 망귀동에 비교하면 작아서, 망귀동에서 어마어마한 감동을 받고 나니 감흥이 없었다.

 

 

 

아주 만족스러운 목욕을 마치고, 저녁 밥을 먹으러 야마가미관으로 돌아왔다.

꽤 거금을 주고 체크인 때 추가한 이 날의 저녁 메뉴는 하프 바이킹(단품 가이세키 요리+뷔페).

 

사실, 맨 처음 체크인할 때 고른 메뉴는 나기사관의 뷔페였다.

야마가미관의 하프 바이킹보다 2만원 정도 저렴했기 때문에 골랐는데…

야마가미관으로 올라가는 길에 우라시마 호텔의 뷔페가 그닥 맛이 좋지 않다는 후기를 너무 많이 봐버렸다…

(호텔 뷔페 연관검색어로 まずい가 뜬다니 좀 너무하지 않냐고…)

 

자칫 2만원 아끼려다 저녁식사를 망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망귀동 가는 길에 본관 프론트에 들러, 저녁을 야마가미관의 하프바이킹으로 바꿔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 과정에서 저녁 식사 시간이 30분 정도 늦춰지긴 했지만,

자리가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날도 저녁에 회와 함께 먹으려고 매실주 샘플러를 주문했는데 😆

주문 실수인 건지 사케 샘플러가 나와버렸다.

직원은 매우 미안하다면서 매실주를 얼른 준비해주겠다고 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사케 샘플러도 먹어보고 싶었으나 비싸서 매실주를 골랐기 때문에…

도로 갖고 가버린 사케 샘플러가 아까웠다… 😅

 

 

뷔페는 맛은 있지만, 탄성이 나올 정도는 아닌 편

좋은 재료를 쓰긴 했을 테지만, 막 우와~ 이거 비싸 보여~ 하는 음식이 딱히 없었기 때문에

다른 관에서 먹을 수 있는 일반 뷔페가 별로라는 평을 받은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그래도 뷔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디저트의 종류가 다양해서 좋았음.

배가 불러버려서 더 못 먹은 게 아쉽다…

 

#호텔우라시마 #나치폭포 #나치대사 #세이칸토지 #구마노고도 #이온몰와카야마

#코스모드럭스토어 #린쿠타운 #간사이공항

 

 

조식을 7시 반에 요청했기에 6시에 일어났다.

아침을 먹기 전, 야마가미관 숙박객 전용 온천탕에 다녀오기 위해서였다.

 

방에서 나오다, 나처럼 아침 온천을 즐기러 나온 부부와 마주쳤다.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39층 프론트에서 받은 카드키를 입구에 가져다대니 문이 열렸다.

온천탕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일기예보대로 비가 내리기 시작해 맑은 하늘은 아니었지만,

산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카츠우라항의 아침은 평화롭고 고요하고, 잔잔했다.

 

 

아침 목욕을 마치고, 밥을 먹기 전에 간단히 정원을 산책했다.

날씨가 맑았더라면, 이곳저곳을 둘러봤을텐데, 빗줄기가 제법 굵어 멀리 가지 않고 되돌아왔다.

정원에서도 야마가미관 숙박객 전용 온천에서 볼 수 있었던 가츠우라항을 볼 수 있었다.

반대편 태평양도 눈에 들어왔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사진은 그닥;;

 

 

 

호텔 우라시마의 아침식사는 전형적인 호텔식 뷔페.

그때그때 만들어주는 오믈렛이 맛있었다.

 

식사 후에는, 체크아웃 마감시간까지 시간적 여유는 많았으나, 서둘렀다.

변경된 계획에 따라, 전날 가지 못한 구마노고도를 올라가보고,

본래 이 날의 계획인 쿠시모토 지역을 본 뒤, 와카야마시까지 가야하는 탓이었다.

계획을 짜면서도 가능할지 불가능할지 감이 오지 않았지만… 일단 되는 데까지 움직여보기로 했다.

 

 

9시 배를 타고 역으로 돌아와, 역앞 코인락커에 캐리어를 보관했다.

아침에 비하면 빗줄기가 좀 줄어들었으나, 그칠 기미는 보이지 않았기에 우산을 받쳐들었다.

 

역에서 나치산으로 올라가는 버스에 오르니, 버스에서 졸고 있는 서양인이 보였다.

일본 대도시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서양인들을 오히려 이런 곳에서 더 많이 만나는 것 같았다.

18년도에 이쓰쿠시마 가서도 이 소리를 했던 것 같은데… 아무튼.

 

버스 종점을 2 정류장 정도 앞두고, 나치 폭포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뒷편으로 나치 폭포가 보였다.

 

 

삼나무 숲길을 헤치고 지나가니, 나치 폭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에서 수직 낙차가 가장 큰 폭포라는데, 100M 위에서 떨어지는 물이 만들어내는 물보라가 굉장했다.

주변의 빽빽한 삼나무 산림과 어우러진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그리고 나치 폭포는 신사이기도 했는데, 오미쿠지가 눈에 들어와 한 번 뽑아보았다.

결과는 '길(吉)'

종합 운세에는 산이 높으면 구름이 끼고, 나무가 높이 자라면 바람이 강해지니,

구름을 나부끼게 하는 바람에 맞서려하지 말고, 곤란한 상황에 대해 때를 기다리면 수가 보일 것이다

…같은 모든 사람한테 쓸 수 있을 법한 말이 적혀 있었다.

그래서 그냥 재미 삼아 뽑은 걸로 말려고 했는데… 시야에 "여행 : 주의 바람"이라는 문구가 들어와버렸다.

순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지난 이틀간의 삐그덕거림들…

애인에게 오미쿠지를 찍은 사진을 보내주며, 이틀간 있었던 트러블을 말해주었다.

그러면서 오늘이랑 내일도 또 트러블이 생길 예정인 걸까, 우스갯소리로 말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말이 씨가 되었다…ㅅㅂ)

 

 

 

폭포를 보고, 나치 구마노대사를 보러 갔다.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세이칸토지로, 삼층탑과 폭포가 어우러진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작정이었다.

 

한데… 이 나치 구마노대사가 산비탈에 지어져 있었다.

그것도 꽤 경사진 산비탈이었기에, 모교의 또다른 캠퍼스에서마냥 낑낑거리며 경사진 길을 올랐다.

비가 내려 습하긴해도 더운 날은 아니었는데도, 세이칸토지를 앞에 두었을 때에는 등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가볍게 걸쳤던 얇은 겉옷을 벗어던지고, 시원한 산 바람을 느꼈다.

 

 

 

그 이후 시작된 갈등.

나치폭포와 세이칸토지를 보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된 탓에,

쿠시모토를 둘러보려면 구마노고도를 포기하고 버스를 타고 하산해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어렵게 온 구마노고도를 포기하기는 또 싫어서… 조금 갈팡질팡했다.

그러다… 바다가 만든 풍경은 전날 시라하마에서 실컷 봤으니, 이 날은 사람이 산에 만든 길을 보기로 결정!

쿠시모토를 깔끔히 포기하고, 짧게나마 구마노고도를 걸었다.

돌이 깔린 길에 비가 내리니 바닥이 미끄러워서 조심조심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 덕분에 더 천천히 여유롭게 오랜 순례길을 걸은 것 같았다.

 

 

구마노고도 (정확히는 구마노고도 다이몬자카) 를 완주하고나니 장대비가 쏟아졌다.

우산을 쓰고 걷는데도 바람까지 거칠게 불어 비가 들이치는 바지 앞쪽이 다 젖어버렸다…

등산용 바지를 입고 갔으니 망정이지, 치마 입겠다고 설쳤으면 엄청 고생했을 듯…

 

 

 

내려오는 길에는, 남는 시간을 이용해 나치역에 있는 세계유산 정보 센터를 들렀다.

큰 규모의 센터는 아니었지만, 그저 순례길이라는 정도의 지식만 있던 구마노고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이 지역에서 개최되는 나치 불 축제(那智の扇祭り) 영상이 무척 흥미로웠다.

무더운 여름에 거대한 횟불을 메고 산을 오르려면 얼마나 힘들까… 싶기도 했지만,

이런 전통 축제가 잘 남아있는 일본이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이 생각을 할 때마다 매번 하는 말이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전통축제가 사라지게 된 원인에 일본이 있긴 하지…

 

 

 

기이카츠우라역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와카야마시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5월 연휴동안 우리나라에 장대비를 퍼부은 비구름이 일본에 건너온 건지,

오사카 쪽에서 내려오는 열차가 비 때문에 크게 지연된 상태였다.

 

문제는 내가 탄 기차도 위 지연에 영향을 받았다.

기이타나베역 이후 구간의 기노쿠니선은 단선이라, 마주 오는 열차가 늦어지면 따라 늦어질 수 밖에 없는 탓이었다…

다행히 10분 정도 밖에 연착하지 않았지만, 문득 오미쿠지가 떠올랐다.

 

 

와카야마시로 이동하는 내내 비가 억수로 쏟아졌기에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시간을 보냈다.

무리하게 쿠시모토 지역을 갔어도 비가 이렇게 많이 와서야, 제대로 보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좋지 못한 날씨에 위안(?) 받으며 와카야마시에 도착하니, 저녁나절 할 일이 없었다.

뭘 할까 고민하다가… 와카야마 대학 쪽에 이온 몰이 있다고 해서, 저녁 먹는 겸 영화 보러 다녀왔다.

와카야마역에서 이온몰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있어서 잘 이용했다.

 

 

그렇게 하루가 잘 마무리되…면 더할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호텔로 돌아와보니 와카야마현의 명물이라는 와카야마 라멘이 먹고 싶었다.

다른 지역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 지 궁금해, 늦은 시간까지 영업한다던 가게를 찾아갔는데…

골든위크 탓인지, 아니면 구글지도가 잘못된 탓인지, 문이 닫혀있었다.

그것에 이미 짜증이 났는데… 돌아오는 길에 강풍 탓에 잘 사용해오던 우산이 뒤집어져 망가져버렸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호텔로 터덜터덜 걸어오는데… 오미쿠지가 또 생각나더라…

이제 남은 건 귀국 비행기 취소or놓침이냐고 애인에게 한탄했다.

 

 

여행 마지막 날, 애용하는 호텔 체인 토요코인에서 아침을 먹다…

쇼핑을 하고 공항에 가려면 여유부릴 시간이 없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서둘러 움직였다.

 

와카야마역에 가보니, 전날 내린 비+이 날의 강풍 때문에 간사이·산요 지역의 열차가 난리법석이었다.

취소된 열차도 많이 보였고, 지연도 수두룩…

내가 탄 열차는 그나마 지연 영향을 덜 받아, 10분 정도 늦게 역을 출발했다.

 

 

 

공항에 가기 전, 면세 쇼핑을 위해 린쿠타운에 내렸다.

이 린쿠타운에 굉장히 최근에 생긴 코스모스 드럭스토어가 있었는데,

여기서 정말 역대급 쇼핑을 했다.

결제 금액은 그렇다 치고, 면세 봉투가 세 개 반… 정도 나왔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걸 캐리어에 쑤셔 담느라고 정말 힘들었다…

다시는 이렇게까지 생각 없이 마구 쓸어담는 식으로 쇼핑하지 않기로…

 

그리고 대망(?)의 공항 행

열차를 타러 갔는데, 열차가 내 예상보다 띄엄띄엄 있었다.

시간표를 확인하지 않은 내 탓이지… 하고 말기에는… 비행기 탑승 마감 시간이 아슬아슬 했다.

1 터미널이었으면 그토록 가슴을 졸이지 않았겠지만, 나는 2 터미널에 가야했으므로…

한술 더 떠 눈앞에서 1·2 터미널 간 연락버스를 놓친 바람에 멘붕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럼에도 정신을 붙들고 뛴 건, 비행기를 놓칠 수는 없다는 신념(?) 하나 때문이었다.

1시간 전에만 가면 어떻게든 지상직 승무원들이 도와줄 거라는 믿음을 안고 이 악물고 달렸다.

 

 

 

탑승 수속 마감을 1분 정도 앞두고 터미널 도착…

지상직 승무원이 내가 탈 비행기의 이름을 말하며 아직 탑승수속을 마치지 않은 승객을 찾았고…

나는 숨을 몰아쉬며 손을 들어 내 존재를 알렸다…

 

간신히 수속을 시작하며 캐리어를 위탁 수하물로 부치려고 저울에 올렸다가 깜짝 놀랐다.

정작 사려고 했던 이로하스는 사지도 않았는데, 위탁수하물 무게 제한을 아슬아슬하게 안 넘겼다…

 

근데… 의외로 탑승수속을 마친 뒤에는 여유로웠다.

인천공항 2 터미널에서 만났던 무인 몸 수색 장치(?)를 간사이공항 2 터미널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