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 타오위안공항 > 타이베이 메인역 > 진과스 황금박물관 > 지우펀 티하우스
비수기를 노려 떠나는 첫 대만 여행
4박5일로 일정이 아주 길지도 않았고, 대중교통만으로 움직일 생각이었기에
수도인 타이페이 위주로 둘러보기로 했다.
타오위안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는 일본보다는 먼 걸 감안해 프레스티지로~~
는 농담이고, 26년~27년에 소멸되는 마일리지가 있어 탈탈 털었다.
타오위안 공항 도착
타이베이에는 타오위안과 송산 두 가지 공항이 있는데, 타오위안 공항은 우리나라 인천공항에 해당하는 공항이었다.
입국 심사 받으러 가보니, 중국을 중국이라 표시하지 않고 대륙이라고 표시하는 부분에서
"아, 내가 대만에 오긴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중국인들이 외국인들과 다른 종류의 입국심사를 받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입국심사줄이 너무 길어서…
뒤늦게 대만의 자동출입국심사인 e-gate를 신청했다.
인천공항은 자동출입국심사 줄이 오히려 길어서 필요없다보니, 대만도 비슷할 줄 알았는데, 오판이었다.
입국심사장에 있는 등록센터에서 e-gate 도장을 받아 면세구역을 탈출했다.
여행 비수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입국장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익숙하지 않은 글자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제일 먼저 한 일은 공항에 있는 ATM에서 돈을 뽑는 일이었다.
ㅎㄴ은행의 트래블ㄹㄱ나, ㅌㅅ의 트래블ㅇㄹ이 나온 지 한참 됐지만,
둘 다 주거래 은행이 아니던 탓에…
70%쯤 까막눈인 나라의 은행에서 처음으로 외화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보았다.
처음에는 몇 번 헛손질했지만, 생각보다 쉬워서 금방 익숙해졌다.
여행 팁
대만에서 인출 시에 수수료를 받지 않는 ATM을 보유한 은행으로는
대만은행(臺灣銀行)과 국태은행(國泰世華銀行)이 있다.
타이베이메인역 안에 국태은행 ATM이 있어서 해당 은행을 즐겨 사용했다.
돈을 찾고, 대만의 교통카드인 이지카드를 구매한 뒤, 시내로 향했다.
공항철도를 타고 공항을 벗어나자마자 느낀 건,
1) 일본인 여행객이 많다 2) 봄인데 여름 날씨였다 3) 상상 이상으로 건물이 낡았다는 점이었다.
먼저 타이베이를 여행한 엄마가 우리나라의 8~90년대 같다고 평가했었는데,
왜 그런 말을 했는 지 알 것 같은 풍경이 이어졌다.
첫날과 둘째날은 지우펀과 진과스 등에 다녀올 예정이라, 메인역 근처 보관소에 캐리어를 맡겼다.
그런데 보관소가 후미진 곳에 있는 게 아닌데도, 주변이 불결해서 불쾌했다.
여름 날씨를 보이던 타이베이의 더위에, 여행 시작도 전에 지친 걸 감안해도 유쾌한 길은 아니었다.
메인역까지 지저분했으면, 진짜로 실망한 여행이 됐을 것 같은데…
다행히 타이베이 메인역 내부는 깨끗했고, 실내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으니 기분도 나아졌다.
타이베이 시내에서 지우펀/진과스로 가는 방법은 2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타이베이 시내에서부터 버스를 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루이팡역까지는 기차를 탄 뒤, 거기서부터 지우펀/진과스까지 버스를 타는 것이었다.
나는 버스 멀미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대만의 기차를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루이팡역까지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루이팡역에서 버스로 환승해, 지우펀을 가다보니
계획보다 2시간이나 일찍 타이베이 시내를 떠난 것을 깨달았다.
첫 여행이니만큼 이것저것 헤맬 거라고 예상했는데, 운 좋게 시간을 허비하지 않은 덕분이었다.
그래서 이대로 지우펀에 가면 특별히 할 게 없을 것 같아서
본래 이튿날 아침 박물관 오픈 시간에 맞춰 가려고 했던 진과스로 일정을 바꿨다.
진과스는 20세기 초, 금광과 함께 번성했던 도시로,
최전성기에는 진과스의 광부들이 비번일 때 부근의 지우펀에 가서 돈을 쓰는 구도가 만들어지며,
사실상 두 도시를 책임졌다고 한다.
하지만 20세기 말이 되어 금광이 폐광된 후에는, 광산업으로 발전한 도시가 그렇듯 쇠락했고,
현재는 황금 광산을 이용하여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우리나라의 태백시를 떠올리게 하는 진과스의 옛 광산에는
황금박물관이 생겼는데, 여기서 진과스의 역사를 시기별로 구분해 둘러볼 수 있었다.
쭉 둘러보다가, 대만 일제 통치 시기 광산 노동자들 중에는 전쟁포로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된 환경에서 중노동을 하다보니 사망자가 나올수 밖에 없었고,
그들을 추모하는 추모비가 황금박물관 앞에 서있었다.
용산역 앞에 서있는 강제징용 노동자상과 다르게 생기긴 했지만,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진과스 구경을 마치고, 지우펀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려 게스트하우스로 향하면서, 지우펀에서는 숙박하지 말라던 직원의 말이 생각났다.
가격 대비 큰 메리트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솔직히 말해 지우펀의 숙소 가성비는 매우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숙소도 몇 개 없고.
그럼에도 지우펀 숙박이 좋았던 이유, 그리고 추천하는 이유는 맨 마지막에 더 말하고자 한다.
아직 밝아서인지 지우펀의 홍등은 꺼져있었다.
하지만 홍등과 관계없이 지우펀이라는 동네는 대단히 붐비는 곳이었다.
길이 좁아 더 그렇게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산 윗동네인 지우펀 부근에는 좋은 녹차산지가 있는 듯했다.
그 녹차잎으로 만든 우롱차를 판매하는 가게들이 자주 보였고,
그 우롱차를 우려 판매하는 찻집도 있었는데, 비수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붐볐다.
그 중 하나인 지우펀차팡에 간신히 자리를 잡고
우롱차를 마시며 지우펀에서 내려다 보이는 산과 바다 풍경을 즐겼다.
그러다보니 해가 서서히 저물었는데,
어두워질수록 지우펀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 동네를 왜 지옥펀이라고 부르는 지 깨닫게 될 정도로…
좁고 가파른 지우펀의 골목골목에 사람이 가득한 것을 보고 있자니,
유사한 상황에서 벌어진 모 사고가 떠올라 무서워졌다.
때마침 배도 고팠기에,
지우펀에서 먹어보려고 메모해놓았던 음식들을 포장해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으며 투어로 지우펀을 방문한 사람들이 다 귀가가기를 기다렸다.
휴식을 취하다, 오후 9시쯤 다시 나왔다.
다행히 일일투어로 지우펀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대부분 빠져 길거리가 한산했다.
그래서 해질녘에 갔었던 아메이차루에 다시 가서 마음에 들게 사진을 실컷 찍고
(아메이차루는 그 시간에도 붐비더라)
신나게 홍등이 켜진 거리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다녔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지우펀의 숙소들은 가성비가 떨어지는 편은 맞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우펀 숙박을 추천하는 이유!
바로 붐비지 않을 때 지우펀의 홍등길을 걸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 장사로 살아가는 지우펀의 특성상,
관광객이 빠지는 오후 8~9시가 되면 몇몇 찻집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게들은 문을 닫는다.
마땅히 갈 곳이 없는데, 찻집들은 거의 체류시간에 제한을 걸어둔다.
이럴 때에 지우펀에 잡아둔 숙소가 휴식처를 제공해준다.
관광객들이 가게 폐점과 함께 썰물마냥 쓸려나갈 때까지 편하게 기다린 뒤,
아무도 없는 지우펀의 밤길을 걸으면,
비싸더라도 지우펀에서 자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 나는 그랬다.
머릿속에 그리던 홍등 길을 찍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아, 그런데 너무 늦게 나가면 홍등도 꺼지니 (약 10시~11시 쯤인듯?) 그것만 주의하면 된다.
지우펀 > 루이팡역 > 스펀폭포 > 스펀역 풍등 > 베이터우 > 스린 야시장
잠자리가 불편한 건 아니었는데, 눈이 일찍 떠졌다.
일찍 일어난 김에 부지런히 움직이던 중 발견한 무인 스티커 사진 가게 ㅋㅋㅋ
>한국<을 강조해놓은 게 너무 웃겼다… (홍대에 스티커 사진 찍는 외국인이 많긴 하지,,)
전날에 이어 다시 방문한 루이팡역.
둘째날은 이 역에서 징퉁역까지 이어지는 핑시선 열차를 즐기며,
스펀에서 풍등을 날려보기로 했다.
스펀역에 도착하니 비가 올듯말듯 했다.
비가 오면 풍등을 날리기 어려울테니, 풍등을 먼저 날릴까, 폭포를 먼저 다녀올까 고민했는데,
해가 뜨면 무더워져서 폭포까지 다녀오는 게 힘들 것 같아, 일단 폭포로 이동했다.
스펀역에서 스펀 폭포까지는 약 1.7km 떨어져 있었다.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거리…
갈때 올때 다른 길을 걷고 싶어서 스펀 탐방로를 따라 올라갔다.
탐방로 끝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바라본 스펀폭포는 굉장히 컸다.
올라오는 동안 덥고 습해서 지친 것이 싹 날아가버릴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조금 아래로 내려가니 또 다른 전망대가 나왔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전망대보다 이 윗쪽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이 더 멋있었다.
스펀 폭포에서 스펀역으로 돌아가는 길…
중간에 운 좋게 하루에 딱 4번 다니는 버스를 탈 수 있게 됐다. (게다가 무료!)
비가 막 쏟아지고 있던 참이라, 편하게 스펀역으로 돌아왔다.
스펀역에 도착하니 장대비처럼 내리던 비가 놀랍게도 그쳤다.
축축하게 젖은 길을 따라, 아침에 걸었던 스펀 라오지에(옛거리)를 걷다보니,
핑시선 열차라 거리 중앙을 가로질러 가며, 안에 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예전에 TV에서 본 비슷한 광경이 떠올랐다.
스펀 명물, 소원 풍등을 날리기 위해 #가용엄마천등(佳蓉媽媽天燈) 을 방문했다.
영어는 당연히 통하고,
직원분도 주인분도 간단한 한국어가 통한다는 후기가 있어 일부러 방문한 곳이었다.
풍등에 담을 색을 고르고, 각 구역마다 소원을 적어 풍등을 완성했다.
풍등을 날린 뒤에는, 스펀 라오지에를 둘러보며 요깃거리를 먹었다.
땅콩 아이스크림은 지우펀이 유명한 것 같던데, 스펀에서도 팔아서 얼른 먹어봤다.
스펀 일정을 마치고, 타이베이 시내로 돌아왔다.
짐을 찾아 호텔에 들러 체크인을 마치고 나니, 오후 일정이 애매하게 비었다.
단수이를 다녀올까 하다가, 가면 관광지가 전부 닫을 시간이 될 것 같아, 베이터우에서 하차.
대만에 왔는데, 좋아하는 우육면을 안 먹어볼 수 없어서 방문한 가게,
쯔밍우육면(志明牛肉拉麵 北投總店).
이 옆에 있는 오가우육면이 유명한 집이라고 하던데, 하필 휴일이라…
그렇다고 쯔밍우육면이 실망스러웠냐고 한다면 절대 아니었다.
영어가 잘 안 통한다고 해서 쪼끔 걱정도 했는데,
내가 본 리뷰 이후에 영어가 가능한 점원을 고용했는지, 주문에 크게 불편은 없었다.
간단히 밥을 먹고, 신베이터우역까지 걸어서 이동
베이터우 지역은 20세기 초, 일본이 대만에서 최초로 개발한 온천단지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 느낌이 나는 건물들이 곳곳에 보였다.
베이터우에 오면 지열곡을 꼭 가보라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 지열곡까지는 못 가보고, 그 대신 베이터우 온천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해질녘이 되어, 베이터우를 떠나기 전, 온천욕을 하기로 했다.
베이터우의 온천호텔 곳곳에서 당일치기 입욕을 즐길 수 있었는데…
나름대로 찾아본 뒤, 후기가 괜찮은 곳을 찾아갔는데 내부 시설이 영 맘에 안 들었다.
직원들은 친절했는데, 시내에 있는 대중탕이라 어쩔 수 없나…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아예 산속에 위치한 온천인 우라이에 가서 온천욕을 해야겠다.
온천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스린 야시장을 방문했다.
"스린" 야시장이지만, 시장의 위치 자체는 스린역보다 젠탄역이 훨씬 더 가깝다.
스린 야시장 후기를 찾아보면서,
먹어볼만한 것을 이것저것 골라놨는데, 사람도 너무 많고, 그래서 너무 더워서,
얼마 둘러보지 않았는데도 금방 지쳐버렸다.
대충 맛있다는 것 세 개만 먹어봤는데, 과일주스 빼고는 전부 내 입맛에 안 맞았다…
역시 야시장은 내 취향이 아니야.
(생각해보면 케언즈 살 때도, 나이트마켓이 그렇게 유명한 데도 거의 안 갔잖아)
용산사 > 보피랴오거리 > 중정기념당
> 국립고궁박물원/순이 대만 원주민 박물관 > 타이페이 101
타이페이 여행 셋째 날
눈을 뜨자마자 향한 곳은 도교 포함, 다양한 종교의 신을 한 곳에 모신 용산사였다.
용산사 앞에 있는 85도씨 베이커리 카페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가게가 꽤 커보여서 안쪽에 앉을만한 자리가 있을까 싶었는데, 스탠딩바 형태의 공간이 다였다…
입장료는 따로 없고,
고대 중국의 궁전 건축 양식을 본따 지었기에 회(回)자 모양이었다.
입구와 출구가 있는 첫 번째 전각을 삼천전, 불상이 모셔진 두 번째 전각을 정전,
그리고 맨 마지막 전각을 성모전으로 부르고 있었다.
이곳에서 모시는 신들은 비록 내가 몸담고 있는 종교의 신은 아니지만,
같은 한자가 들어가는 동네에 사는 '그 사람'이 제발 일 좀 똑바로 하기를 빈다면,
들어주지 않을까 싶어 열심히 기원해 보았다.
용산사에서 나와 중정기념당에 가기 전, 보피랴오거리를 방문했다.
청나라 시대부터 일제통치시기, 중화민국 시기의 건축물들이 혼재해 있는 거리로,
현재는 갤러리나 역사전시관 등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붉은 벽돌 건축물 사이에 서서 사진을 찍으니, 꽤 그럴싸한 사진이 나와 마음에 들었다.
보피랴오거리 구경을 마치니, 중정기념당에 급히 가야하는 시간이었다.
9시~18시 동안 열린 중정기념당에서 매시 정각에 개최되는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서였다.
서둘러 중정기념당에 올라가니,
이미 수 많은 사람들이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없는 자리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자, 근위병 교대식이 시작되었다.
하나둘씩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는데, 셀카봉을 위로 힘껏 쳐들고 찍는 사람들도 있었다.
근위병 교대식 내내 울리는 힘찬 구두굽 소리가 중정기념당을 가득 울리는 게 무척 인상적이었다.
근위병 교대식이 끝나고, 중정기념당 근처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다.
진펑 루러우판(金峰 魯肉飯)이라고 하는 루러우판(滷肉飯) 맛집이었는데,
구글 지도의 리뷰 등에는 대만 현지인 맛집이라고 적혀 있었다.
근데 막상 가보니까 외국인 엄청 많던데…
주문도 현지인 맛집 치고는 영어나 일본어로 너무나 쉽게 할 수 있었고…
구글지도에서 봤던 리뷰에서 맞았던 건, 테이블 회전률이 엄청 높았다는 것 정도?
아, 물론 맛은 좋은 가게였다.
가게 규모가 워낙 작다보니 일행이 아닌데도 같은 테이블에 앉히는 경험은 특별하다면 특별했고.
아주 적은 양도 판매하고 있어서, 아주 가볍게 배를 채우고 길을 나섰다.
점심이 지나가며, 날씨가 아주 무더워졌다.
그 더위를 피해 향한 곳은 국립고궁박물원과 순이 대만 원주민 박물관이었다.
국립고궁박물원은 장제스가 중국본토를 떠날 적에
가지고 온 명,청대의 진귀한 보물들을 모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이었고,
순이 대만 원주민 박물관은 현재 대만의 주류 세력인 한족이 대만에 정착하기 전,
이 땅을 차지하고 살았던 남방계 원주민들에 대한 박물관이었다.
워낙 박물관을 좋아하는 터라, 국립고궁박물원에서 봐야할 것은 무궁무진했다.
기쁘게도 한국어 오디오 설명을 제공받을 수 있어서 (유료)
꽤 여유있게 잡은 계획보다 더 오랫동안 박물관을 즐기다가 나왔다.
(하마터면 다섯시까지밖에 안 하는 순이 대만 원주민 박물관을 구경하지 못할 뻔했다…)
순이 대만원주민 박물관의 경우,
한국어 안내가 거의 되지 않아 파파고 실시간 번역에 의지해 둘러보았다.
한족보다 훨씬 오랫동안 대만에서 살아온 원주민들은
호주/뉴질랜드에서 만났던 원주민들과 삶이 닮아있었다.
의식적인 행위로서 식인이 이루어졌다는 점은 폴리네시안 원주민을 떠오르게 했다.
현재는 이 원주민들이 한족들과 많이 동화되었고,
일부 그들의 터전을 보호하는 지역이 있다고 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그곳을 방문해보고 싶게 만드는 박물관이었다.
두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타이베이 시내 중심가로 오니 해가 저물고 있었다.
기왕 대만 타이베이까지 왔는데,
타이페이101을 안 보고 돌아가긴 아쉬울 것 같아 방문했다.
전망대에 올라가기 전, 저녁을 먹으러 딘다이펑에 가보았다.
사람이 엄청 많을 건 예상하고 있었지만, 대기가 1시간을 넘어갈 줄이야…
그렇게까지 샤오롱바오가 미친 것처럼 먹고 싶은 건 아니라서
포기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포장 주문은 금방 된다는 안내문을 보고 냅다 포장을 걸어두었다.
그렇게 주문한 딘다이펑의 샤오롱바오는 맛있긴 했는데…
뭐랄까… 명동에서 먹었던 것과 맛이 너무 비슷해서…
이럴 거면 굳이 대만까지 와서 먹을 필요가 있었나… 싶은 맛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못 먹을 지라도
대만 특유의 향신료맛이 진하게 풍기는 그런 걸 먹고 싶었는데.
저녁 밥을 싸들고 타이베이 101에 올랐다.
전망대는 총 2층이었는데,
고층 전망대는 내가 방문했을 때 이미 티켓이 매진된 상태였다.
물론 저층 전망대라고 볼 거리가 부족한 건 절대 아니었다.
화려한 대만 시내가 넓은 통유리를 따라 반짝반짝 빛나며 이어지는 풍경이 무척 아름다웠다.
지룽항(기륭항) > 예류 지질공원 > 진산온천 > 쪄이샤오궈 > 시먼 까르푸
> 타오위안공항 > 중화항공 라운지
여행 넷째 날, 눈을 뜨니 몸이 무거운 게 느껴졌다.
여행 첫날부터 아침 8시 일정 시작, 밤 10시 일정 종료라는…
패키지 여행에서나 볼 법한(?) 하드한 스케줄을 달렸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그러다보니 하루 정도는 쉬어가도 되지 않을까 싶다가도…
예류 지질공원 정도는 보고 가지 않아야겠나, 싶어 일단 몸을 일으켰다.
대신 평소보다는 늦은 9시쯤 방을 나섰다.
타이베이 시내를 떠나, 바로 예류 지질공원에 가는 대신, 항구인 지룽에 들렀다.
타이베이 메인역에서 예류 지질공원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물론 있지만,
아침에 날씨가 썩 좋지 않아,
맑은 하늘 아래의 예류 지질공원을 보기 위해 지룽에서 시간을 좀 쓰기로 했다.
택시투어, 패키지투어 등으로 예류가 붐비는 시간을 피하고 싶기도 했고…
스타벅스에서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나와 시계를 보니,
예류로 이동하면 계획대로 애매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곧장 예류행 버스에 몸을 실었는데,
주말이라서 그런지 길이 막혀서 예상보다는 늦게 예류에 도착했다.
그래도 날씨는 아주 맑았기에 기분이 좋았다.
첫날의 지우펀 못지 않게, 예류에도 사람이 많았다.
인기 관광지는 비수기여도 어쩔 수 없는 느낌…
예류 지질공원의 가장 인기 포인트인 퀸즈헤드 앞에도 사람이 늘어서있었다.
그래도 이 줄이 평소보다 적은 줄이라고 생각하니,
땡볕 아래에서 전날 시내에서 산 양산을 들고 기다리고 서있을 수 있었다.
예류 지질공원의 독특한 지형물들은
비교적 딱딱하지 않은 사암이 해풍에 노출되면서, 깎이고 깎이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 중 인기가 가장 많은 퀸즈 헤드는
목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상당히 침식된 상태로, 한때 보수공사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다만, 대만 국민투표 결과,
보수공사가 퀸즈 헤드를 오히려 해친다는 의견이 절대 다수라 진행되지 않았고,
지금도 계속해서 목 부분이 얇아지고 있다고…
어느 날 갑자기 퀸즈헤드가 사라져버렸다는 기사가 뉴스에 나온다면
조금 슬플 것도 같다.
예류 지질공원을 나서다보니 배가 출출했다.
지질공원 주변에 식당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혼자서 들어가 밥을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식당처럼 보여서
예류 지질공원에서 나오는 길에 있는 특산품거리(野柳特產街)에서 간단히 배를 채웠다.
메뉴는 비리지 않을까 걱정했었지만, 꽤 괜찮았던 굴전!
예류 관광을 마치니 아니나다를까 땀으로 몸이 젖어 찝찝했다.
그래서 곧바로 타이베이 시내로 돌아가는 대신,
지룽에서 예류로 오는 길에 미리 찾아두었던, 진산 온천에 들렀다.
동네 자체는 베이터우 온천과 비교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시골이었지만,
온천 시설 자체는 진산온천 쪽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크진 않지만 노천탕도 있었고.
(난 아무래도 노천탕 유무가 온천에 대한 만족도를 크게 좌우하는 듯)
근교 여행을 마치고,
타이베이 시내로 돌아온 뒤에는 호텔에 들어가 잠시 눈을 붙였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에는 저녁 시간이 지나있어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문이 열려있는 가게 중에 훠궈 가게가 있는 걸 발견했다.
게다가 혼자서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브랜드 쪄이샤오궈(這一小鍋)여서
더 고민하지 않고 방문했다.
맛은 막 엄청 맛있다~~까진 아니지만, 꽤 괜찮았다.
식사 후에는 기념품 쇼핑을 하러 시먼에 위치한 까르푸에 들렀다.
한국에서 미리 적어간 쇼핑 리스트를 하나씩 지우면서 장을 보고 있는데
한국어가 어찌나 많이 들리는 지…
지우펀과 야시장, 예류 다음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을 많이 만난 장소였다;
여행 마지막 날.
호텔에서 자느라 가지 못했던 디저트 가게들이 다행히 공항에도 점포가 있었다.
특히 써니힐 펑리수는 못 사왔다면 너무 너무 아쉬웠을만큼 맛있었다.
공항에서 쇼핑을 마무리하고,
중화항공 라운지에 들어가서 시간을 보냈다.
웹에서 중화항공 라운지를 우육면 맛집이라고 소개하는 글을 봤었는데,
진짜로 우육면 국물이 엄지 척 할만큼 진하고 맛있었다.
쇼핑샷으로 대만 여행기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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