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박9일 스페인 여행 1일차
여행 준비를 진작부터 했어야 했는데…
늘 그랬듯 농땡이를 부렸더니,
출발 이틀 전까지 여행책자 만드느라 잠까지 줄일 정도로 바빴다.
한 술 더 떠 캐리어를 잘못 산 바람에 그거 바꾸는데 시간도 돈도 날렸다…
비행기 탑승을 열두 시간 남겨놓고 공항철도 직통열차 예약하고, 유심 신청하고…
그나마 새벽출발이 아니라 눈은 붙일 수 있었다.
왜 이렇게 닥칠 때까지 준비하기가 싫은 지…
여행 가기 싫은 거냐고 하면 그건 또 절대 아닌데 말이다. 🤨
서울역 도심공항에서 체크인과 출국심사를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인천공항은 여느 때처럼 북적였지만,
도심공항 이용객을 위한 통로를 이용하니 금방 면세구역에 들어갈 수 있었다.
먼저 도착한 면세 구역에서 엄마를 기다리며
신한 쏠 트래블 체크카드 혜택 중 하나인 라운지 이용권을 받기로 했다.
더라운지 앱 다운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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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이용권을 받기 위해서는 카드 등록이 필요하며,
더라운지 앱 첫 화면에 카드 등록하기 버튼이 있데, 이 부분의 화면 캡쳐가 막혀있다…
첫 화면의 등록 버튼을 누르면 신용/체크카드 번호를 입력할 수 있고,
확인 버튼과 다음 버튼을 눌러 카드 저장이 가능하다.
카드 저장이 끝난 뒤에는 다시 캡쳐가 막힌 첫 화면에서
전세계 라운지 이용권 다운로드 버튼을 누르고,
예를 눌러 이용권을 받으면 된다.
이렇게 받은 이용권을 들고 엄마를 만나 마티나 라운지를 이용하려고 했는데,
하필 이 날 엘 라운지와 스카이허브 라운지가 모두 운영 중단되어
마티나 라운지에 사람이 엄청 몰렸다.
비행기 탑승 전까지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을까 약간 염려스러운 수준이었는데,
다행히 식사 시간이 지나니 사람이 점점 빠지기 시작해
우리가 라운지를 빠져나올 즈음에는 라운지 좌석 곳곳이 비어있었다.
(라운지 밥 사진 찍었어야 하는데 까먹음…)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내며,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된 '마이퍼스트가이드'의 영상가이드를 다운받았다.
마이퍼스트가이드는 마침 1+1 이벤트가 진행 중이라,
알함브라궁전, 몬세라트, 바르셀로나 가우디건축물, 톨레도, 프라도 미술관 투어가 포함된
스페인 통합 패키지를 구매해 여행 동안 아주 잘 사용했다.
아쉽게도 세비야 대성당, 마드리드 왕궁 투어 가이드는 없었는데
현지에서 알게 된 '투어라이브'에는 두 관광지의 영상 가이드가 있었다.
문제는 이 앱이 오류인건지 내 돈만 먹고 오디오를 제공해주지 않은 바람에
이용하지 못하고 환불 절차를 밟고 있다…
다만 환불 응대 친절하고, 샘플을 살펴보니 투어 구성이 꽤 괜찮은 것 같아
기회가 된다면 이쪽 가이드 투어도 이용해볼 생각이다.
마이퍼스트가이드 앱 다운받기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doyac.android.doyac.myfirstguide&hl=ko
마이퍼스트가이드 - 유럽여행 비디오/오디오 가이드 - Google Play 앱
현지 투어의 생동감과 오디오 가이드의 편리함을 동영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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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라이브 앱 다운받기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tourlive&hl=ko
투어라이브 - 유럽/일본 여행 오디오 가이드 - Google Play 앱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등 유럽 도시 오디오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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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편 출발을 30분 정도 남겨놓고 라운지에서 나왔다.
비행기를 타러 탑승구로 향했는데, 배정된 탑승구가 터미널 거의 끝에 있어 한참 걸었다.
어째 대한항공 탈 때마다 먼 탑승구를 배정받는 느낌인데, 기분 탓일까?
다행히 라스트콜 전에 도착해 탑승교를 건넜다.
마드리드까지 데려다 줄 비행기는 보잉 787편으로, 이코노미는 3-3-3 배열이었다.
또, 그간 한일노선에서 만난 대한항공의 비행기들과 달리
이 비행기에는 개인용 모니터가 있었다.
15시간의 비행동안 식사 2번, 간식 1번이 나왔다.
메뉴는 올 때 갈 때 메뉴가 비슷하길래 특별기내식의 해산물식을 신청했다.
한일노선에서 사라져서 너무 아쉬웠던 해산물식이라,
비록 유럽노선이지만 다시 만나게 되어 기뻤고, 여전히 맛있었다.
한일노선 해산물식 돌려줘 😢
아, 좌석 뒷편에 간식 코너도 있어 계속 뭔가를 먹을 수 있었는데,
가만히 앉아서 먹기만 하다보니
'이코노미석=닭장'이라던 모교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먹고, 졸고, 영화보고 하다보니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신고서도 없고, 매우 쾌적하고 원활한 입국심사에
일찍 호텔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도심공항에서 맡긴 내 짐이 맨 꼴찌로 나와 공항에서 한 시간을 꽉 채웠다.
여행에서 제일 짜증나는 상황을 겪고서,
호텔이 있는 아토차역으로 가기 위해 터미널 밖으로 나왔다.
분명 표지판에 City center bus라고 적혀 있는 출구인 걸 확인하고 나왔는데,
이게 웬걸, 정작 버스 정류장은 반대편 끝에 있었다.
정류장까지 걸어가느라 버스를 한 대 놓치고,
그 다음 버스에 올라 컨택리스 카드를 가져다대니 5 유로가 결제되었다.
바로 결제됐다는 문자가 오지 않아 약간 당황했는데,
3~4일 정도 지나면 합산해서 결제된다는 이야기가 있어 기다려보기로 했다.
캐리어 보관장소까지 있는 버스를 타고 아토차역으로 이동 중에
시벨레스 광장과 프라도 미술관을 볼 수 있었다.
아토차역까지는 30분 남짓 걸렸고,
역 앞이 공사중이라 그리 멀지 않은 호텔까지 가느라 조금 돌아갔다.
호텔 자체는 가격대비 꽤 만족스러웠다.
7박9일 스페인 여행 2일차
여행 중 가장 여유로운 아침을 맞은 날이었다.
7시부터 먹을 수 있는 조식을 든든히 먹고, 짐을 챙겨 호텔을 나섰다.
전날 아토차역 주변이 공사중이었기에
역의 지상 출입구 대신, 지하철 역사 출입구를 이용해 기차 역을 찾아갔다.
길 안내판이 꽤 잘 되어있어서 아토차역 자체는 찾기 쉬웠다.
그럼에도 문제가 있다면, 아토차역이 꽤 큰 역이라는 것.
역에서 기차 타는 곳을 찾기가 힘들어 고생했다는 리뷰를 본 적이 있어서 왜일까 싶었는데,
탑승장이 여러층에 걸쳐있다보니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아토차역은 기차역과 약간 떨어진 지하철역으로 이루어져 있고,
기차역에는 근교 열차인 세르카니아스(Cercanías)와 고속열차(AVE)가 정차한다.
가장 아래층에서 탑승하는 열차는 세르카니아스이며,
간단한 수하물 검사가 필요한 고속열차는 지상층, 그리고 2층에서 탑승한다.
우리가 탈 열차는 장거리 열차라 2층에서 타게 되었다.
(1층에서는 톨레도 등 근거리로 향하는 고속열차를 탈 수 있다 - 추후 소개 예정)
세비야로 가는 길에 먹을 점심을 사서 열차에 올랐다.
탑승권은 승강장으로 내려가기 직전에 직원들이 기계로 바코드를 스캔하며 검사하고 있었다.
직원들의 손이 바삐 움직인 덕분에 탑승이 지연되는 일은 없었지만,
열차는 별다른 이유 없이… 10분 정도 늦게 아토차역을 출발했다.
세비야까지 가는 길에 탄 좌석등급은 1등석인 Elige Confort이었다.
당연히 2등석보다는 가격이 비쌌지만,
2등석과 달리 객차 안에 별도의 수하물 보관함이 있다고 해서 선택한 것이었다.
다만 이 날 농구팀으로 추측되는 선수단이 같은 열차를 이용한 바람에
그들의 매우 큰 짐이 1등석 전용 수하물 칸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어
넉넉하게 이용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밖에다 놓자니 도난이 염려되어서…😢
어떻게든 꾸겨넣을 수 있는 내 캐리어는 보관함에다 두고,
나머지 캐리어는 좌석 사이에 두고 세비야까지 갔다.
2등석 간격이었으면 불편해서 도저히 그렇게 가지 못했을 텐데, 다행이었다.
(렌페 예약하는 법 : https://0920danharu.tistory.com/249)
[스페인] 스페인 열차 렌페 renfe 예약부터 탑승까지 A to Z (마드리드→세비야, 바르셀로나→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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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danharu.tistory.com
고속열차는 중간에 코르도바에 1번 정차하고, 세비야까지 3시간 남짓 걸렸다.
점심 무렵 도착한 세비야는 꽤 따뜻했다.
고속열차가 정차하는 산타 후스타역은 시내에서 다소 떨어진 역이었다.
그래서 시내까지는 세르카니아스나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세비야도 장거리 고속열차를 타면 무료 세르카니아스 티켓을 주는 도시였지만,
우리가 묵을 호텔이 세르카니아스가 정차하는 산 베르나도역에서 꽤 먼 관계로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렌페+세르카니아스 무료 티켓 : https://0920danharu.tistory.com/249#renfeFree)
[스페인] 스페인 열차 렌페 renfe 예약부터 탑승까지 A to Z (마드리드→세비야, 바르셀로나→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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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의 버스도 태그리스 카드로 탑승 할 수 있었다.
아쉬웠던 점은 버스가 시간표에 기재된 제 시각에 오질 않는다는 것…
이날 내가 타려고 했던 버스는 특히 더 늦게 와서,
안 그래도 짧은 세비야 일정에 트러블 아닌 트러블이 생겼다.
세비야에서 묵은 레가도 알카사르 호텔은 이름 그대로 알카사르 옆에 있었다.
세비야 대성당까지도 아무리 많이 걸려도 10분이면 도착했다.
객실도 넓었고, 제대로 이용은 못했는데 2층에 로프트도 있었다.
호텔 한가운데의 중정도, 가벼운 티타임을 제공하던 카페테리아도 마음에 들었던 곳.
아침 식사가 늦게 제공되는 탓에 먹어보지 못한 게 아쉽다…
호텔에 짐을 내려놓고, 대성당으로 향하는 길에 본 알카사르.
비록 이번 여행에서는 시간 관계상+알함브라 방문 예정이었으므로 가지 않았지만
다음 여행에 세비야를 또 방문하게 된다면 들러보고 싶다.
생각보다 보존 상태가 많이 별로였던 알함브라와 비교해 어떻게 다르련지…
비수기라서 그런지, 시가지는 한적했다.
이날은 일요일이라 오후 두시부터 오픈하는 세비야 대성당을 두시반으로 예약해놓고 갔는데
성당 내부도 그렇게 붐비지 않아서 굳이 했나 싶긴 하더라…
물론, 날씨가 흐리긴 했지만 따뜻했고, 사람도 적당해 기분 좋게 여행할 수 있어 오히려 좋았다.
세비야 대성당에는 총 네 개의 미사용 문(Entrada culto)이 있지만,
관광객을 위해 개방되는 문은 이것들과 전혀 다르다.
관광객들을 위한 문은 히랄다 탑쪽에 하나, 남쪽에 하나(인디아스 고문서관 맞은편),
그리고 출구로만 사용하는 안뜰 쪽 문 하나, 이렇게 세 개다.
히랄다 탑 쪽의 문을 단체 겸 인터넷 예약자 입구로 사용하고,
남쪽의 문을 일반 방문자 입구로 사용한다.
우리는 인터넷 예약자였기 때문에 탑쪽 입구로 들어갔다.
세비야 대성당이 완성된 시기는 1402년(15세기)로, 대항해시대에 해당한다.
근세 혹은 중세 말기로 불리는 이 시기는 스페인이 가장 잘 나가던 시대이며,
그 스페인의 번화한 무역도시였던 세비야도 전성기였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대성당은 번화한 세비야의 위용을 과시하듯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다만 성당이지만, 다른 성당들처럼 그 형태가 십자가의 모습을 띠고 있지 않다.
이는 본래 모스크였던 것을 성당으로 개조했기 때문인데,
오렌지 나무가 심어진 안뜰과 나선형의 경사로를 갖춘 히랄다 탑을 통해
이곳이 과거에 모스크였음을 알려준다.
아쉽게도 이번 여행에 주로 이용한 가이드 앱에는 세비야 대성당 투어가 없었다.
그 대신 대성당 입구에 판넬로 설치된 한국어 팜플랫 QR코드를 스캔해서 들고 돌아다녔는데,
모 브런치의 글과 함께하니 꽤 그럴싸한 나홀로 투어를 즐길 수 있었다.
(참고한 브런치스토리 : https://brunch.co.kr/brunchbook/tourson1)
[브런치북] 스페인 여행 지식가이드
이 책은 지난 25년 동안 스페인을 인솔하면서 가이드한 내용을 정리한 내용으로 것으로 시중에 나와 있는 스페인 여행에 관련된 여행정보 책자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담았다. 특히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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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예매자 입구로 들어가니,
가장 먼저 히랄다 탑으로 올라갈 수 있는 입구가 있었다.
우리가 입장한 직후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어서 우선 성당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입구 근처에 금을 주 재료로 꾸며진 주 제단을 볼 수 있었다.
무려 20톤의 황금이 사용됐다고 하는데, 예수님의 삶을 섬세하게 조각해 놓았다.
사족으로, 성당에 이러한 조각품이 있는 것은
당시 라틴어로 쓰인 성경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매우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종교 개혁가 루터는 인민이 성경을 보다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라틴어를 독일어 등 모국어로 번역하는데 힘썼다고 한다.
백성들이 한자 때문에 자기 뜻을 펼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안타까워했던
세종대왕의 사랑이 루터에게서도 느껴지는 것 같다.
성당의 남동쪽에는 성배실, 성구실, 그리고 참사회의실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고야, 무리요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고
성구실의 중앙 돔 장식 뿐만 아니라, 돔을 통해 내려온 햇볕이 만든 실내가 아주 아름답기에
대성당에 왔다면, 시간 내어 들러야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세비야는 후스타/루피나 자매가 성인으로 지키는 도시로,
로마 시대에 기독교 신앙을 지키던 자매는 각각 고문과 화형으로 순교하였다.
단아한 여성들의 모습을 그린 고야의 그림은
성인들의 삶 및 그들과 얽힌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우선 성인 자매 밑의 부서진 조각상은,
이들이 로마의 다신교 신앙 숭배를 거부하다 순교하였음을 알려준다.
또, 사자가 루피나 성인의 발을 핥는 모습은
그가 콜로세움에 던져졌을 때, 사자가 발을 핥아주었다는 이야기를 묘사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인들의 뒤로 보이는 히랄다탑은
지진에도 무너지지 않은 탑에서 성인들의 모습을 보았다던 사람들의 말을 표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고야의 그림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하늘에서 내려온 두 줄기의 빛이 성인들의 두상을 비추는 점이었다.
많은 그림에서 성인을 표현하는데 광배를 사용하는데,
고야의 그림은 그렇지 않은 것은 그가 르네상스 이후의 화가이기 때문일지도?
다시 중심부로 돌아와, 개인입구 근처에 콜롬버스의 무덤이 있었다.
콜롬버스의 무덤은 특이하게도 관이 허공에 떠있는데,
이는 무덤 주인의 유언 때문이다.
신대륙을 발견했지만, 정작 인도는 발견하지 못했던 콜롬버스는
든든한 후원자였던 이사벨 1세 사후 스페인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이에 분노한 콜롬버스는 죽어서도 스페인 땅을 밟지 않겠다고 했으나,
사망 후 그의 유해는 남미 땅을 전전하다 쿠바를 거쳐 스페인으로 돌아왔다고.
이에 스페인에서는 콜롬버스의 유언을 존중해, 관을 왕 조각상으로 떠받치게 했다.
여기서도 꼭 살펴봐야 할 재미있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앞쪽과 뒤쪽에 있는 왕 조각상들의 태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콜롬버스의 관을 떠받든 왕 조각상은 중세 스페인을 다스렸던 네 왕국인
레온, 카스티야, 나바라, 아라곤을 상징한다.
이들 중 콜롬버스의 항해를 지지한 카스티야, 아라곤의 왕은 앞쪽에서 고개를 들고 있고,
이를 반대했던 레온, 나바라의 왕은 뒤쪽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 콜롬버스의 무덤 주변에 사진 찍는 걸 깜빡한 두 가지 볼거리가 있다.
하나는 콜롬버스와 이름이 같은 성인 크리스토퍼를 그린 그림으로,
무덤을 정면에 두고 왼편에 있었다.
가나안 출신의 거인인 성인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를 섬기길 원하였고,
그 존재가 바로 예수님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성인은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는 것이 곧 예수님을 섬기는 일이라는 말을 굳게 믿었고,
그 섬김을 실천하다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예수님을 업고 강을 건넜다고 한다.
이때 성인의 몸을 지탱했던 나무 지팡이는 종려나무가 됐다고.
또다른 하나는 안티구아의 성모님 벽화.
무덤을 정면에 두고, 오른쪽에 있는 예배당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에 자리한 성모님 그림은 서고트 왕국 시절에 그려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서고트 멸망 후 무슬림 지배기 동안 숨겨져 있어 훼손되지 않았는데,
카톨릭 왕국에 세비야가 재정복될 무렵에
천사가 페르난도 3세를 이 그림이 있는 곳으로 인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마드리드 알무데나 성당의 성모님, 바르셀로나 근교 몬세라트 수도원의 성모님의
이야기와 줄거리가 비슷한데
레콩키스타가 진행되었던 스페인이라는 국가의 특성 때문인 것 같다.
주 제단 맞은 편에 성가대석이 위치했는데,
이곳은 황금 제단만큼이나 세비야의 부유함을 강조하려 애쓴 공간 같았다.
오르간을 포함한 본체는 당대 최고급 나무 품종이었던 마호가니로,
뒤쪽 장식은 최고급 대리석과 벽옥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돈지X이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성스러운 공간에서 욕설은 자제하기로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성가대 뒷편 장식을 정면에 두고 좌측에는, 성 안토니오 예배당이 있었다.
이 예배당에 걸린, 무리요의 안토니오의 환상은
기도하던 성인이 아기 예수님과 천사들을 만나는 모습을 온화하고 따뜻한 색채로 담았다.
안토니오 성인은 포루투갈 출신으로,
뛰어난 언변 능력으로 수 많은 사람들을 기독교 신앙으로 이끌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살아있는 언약의 궤 등으로 불렸으며,
성인으로 시성된 후에는 분실물의 수호성인으로 자리잡았는데,
이는 대성당의 그림과 관련이 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성인이 그려진 부분에 칼자국이 나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칼자국은 그림 도둑이 큰 그림을 통째로 훔치지 못하고,
성인이 그려진 부분만 자르면서 생겼다고 한다.
훗날 도난당한 그림조각은 기적적으로 발견되어 성당으로 되돌아왔는데,
이 사건 이후 사람들이 사라진 물건 혹은 사람을 찾을 때,
안토니오 성인에게 전구하게 되었다고.
성 안토니오 예배당에서 히랄다 탑으로 향하는 길,
안뜰로 나가는 통로와 함께, 섬세하게 조각된 은 제단을 볼 수 있었다.
이 은 제단은 은으로 만든 모든 것 중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다시 히랄다 탑 입구로 돌아오니, 줄이 거의 없었다.
또 다시 줄이 길어질새라 입구의 직원에게 예약해간 티켓을 내밀었다.
직원은 기계로 티켓의 QR코드를 스캔한 뒤, 우리를 들여보내 주었다.
히랄다 탑은 대성당의 안뜰과 함께 모스크였던 흔적을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오래된 유럽의 성당의 종탑은 수 많은 계단으로 이루어져있고,
한 사람이 겨우 드나들 수 있을만큼 좁은 편이다.
반면 히랄다 탑은 나선형의 경사로로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하고,
너비가 다른 성당의 종탑과 비교해 넓은 편이다.
이는 히랄다 탑이 모스크의 미나렛이었기 때문에 보이는 형태로,
모스크 시절에는 종치기가 당나귀를 타고 탑의 맨 윗층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경사로 자체는 그리 기울기가 급하지 않은데,
34 바퀴나 돌아야 하다보니 계단을 오르는 것만큼이나 힘들었다…
탑을 다 오르니, 눈앞에는 세비야의 풍경이 보이고,
머리 위로는 스물 다섯 개의 종이 있었다.
이 종들은 15분마다 한 번씩 울리고,
축제 때에는 종이 360도 돌아가며 엄청난 소리를 낸다고 한다.
대성당 구경을 마치고 오렌지 나무가 핀 안뜰에서 잠시 쉬었다.
모스크 시절에는 무슬림들이 이 안뜰에서 흐르는 물로 몸을 정결하게 하고
성소로 들어갔을 것이다.
성당 옆에 있으니 이질적인 공간을 벗어나며
마주한 대성당의 출구에서도 스페인에서 살았던 무슬림, 무어인의 흔적이 느껴졌다.
히랄다 탑 입장권이 포함된 세비야 대성당 티켓을 사면,
대성당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살바도르 성당도 들어갈 수 있다.
성수기의 살바도르 성당은 대기줄 없이 통합권을 살 수 있는 꿀팁에 등장하는데,
비수기인데다 오후의 성당은 한적하고 조용해, 좋은 휴식처였다.
여행 둘째날이다보니 시차 적응이 완전히 되지 않아 꽤 피곤한 참이었기에
성당 안의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았다.
당초 계획은, 살바도르 성당 구경을 마치고,
부근의 플라멩고 박물관에서 5시에 개최되는 플라멩고 공연을 보는 것이었다.
불과 여행 이틀 전만해도 빈 자리가 많았기에 예약을 하지 않았는데…
살바도르 성당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티켓을 끊으려고 보니,
8시50분 편을 제외하곤 전부 만석이었다.
예상치 못한 일에 마지막 시간대라도 볼까 했으나,
다음날 아침부터 그라나다로 넘어가야 하는 일정을 고려하면…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일 것 같아 호텔로 향했다.
6시까지 카페테리아에서 간단한 티와 과자 등을 제공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일반 입장 출입구가 보였다.
이곳에 있는 청동상 히랄디요는
히랄다탑 꼭대기에 있으며 풍향계 역할도 하는 청동상의 복제품이다.
간단한 음식들로 허기를 달래고, 따뜻한 음료로 몸을 덥힌 뒤, 다시 호텔을 나섰다.
과달키비르 강의 강변에 위치한 황금의 탑이 세 번째 목적지였다.
도착한 탑은 전혀 황금색이 아니었지만,
해질녘의 햇볕을 받으면 황금색으로 빛난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하지만 흐린 세비야의 오후 하늘 아래에서 탑이 황금색으로 빛나기는 어려울 듯했다.
12각형 모양의 황금의 탑은 무어인들이 건설하였으며,
과달키비르 강 건너편에 짝꿍인, 8각형 모양의 탑이 있었다고 한다.
두 탑에 쇠사슬을 걸고, 선박의 통행을 제한하며 검문을 실시했다고 하는데…
현재는 황금의 탑만 남아있다.
플라멩고 공연을 보지 못하게 되었으니
황금의 탑처럼 강변을 따라 서있는 옛 투우장 건물과 이사벨 2세 다리를 구경할까 싶었지만,
마지막 목적지인 스페인 광장이 정 반대편에 있는 관계로 포기…
발걸음을 돌려 김태희가 CF광고를 찍은 스페인 광장에 갔다.
스페인 광장은 이베리아-아메리카 박람회장으로 건설된 곳이라고 한다.
왕궁을 떠오르게 하는, 호선의 건축물이 광장을 끌어안듯 감싸고 있었고,
건물의 앞쪽에는 스페인 각 지역의 역사적 이야기가 담긴 장식이 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중앙 광장에는 말들이 끄는 마차가 달리고 있었는데,
이 마차들 때문에 광장 중앙에 말똥이 한가득 쌓인 채 역한 냄새를 풍겼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광장 전체에서 악취가 나지는 않았다는 점인데,
여름이었더라면 어지간히 고역이지 않았을까 싶다…
저녁 7시가 되자, 스페인 광장의 가로등에 불이 켜졌다.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광장은 영롱한 빛을 내뿜었고,
사람들이 점점 더 몰리기 시작했다.
완전히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려 보려고 했지만,
쏟아지는 졸음과 배고픔에 어쩔 수 없이 스페인 광장을 뒤로 한 채 대성당 쪽으로 돌아왔다.
계획상 저녁 메뉴는 타파스였으나,
괜찮은 느낌의 타파스바가 시내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있는 탓에
부근에 보이는 스페인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해산물 빠에야를 주문했는데, 정말 짰다.
스페인 음식이 짠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심각할 줄은 몰랐기에 많이 남겼다…
가게에서 음식을 싸주긴 했지만,
먹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기에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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