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7.04 ~ 26.07.09
일본의 몰디브 미야코지마 4박5일 여행기

지난 24년 진에어가 인천-시모지시마에 취항한 뒤로 줄곧 "가야지~"만 반복했던 미야코지마
올해 부산-시모지시마 취항 소식까지 듣고 나니, 더 늦기 전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항공권을 질렀다
인천-시모지시마를 운항하는 진에어 357편 (LJ357) 의 출발 시각은 8:35
오전에 특히 혼잡한 인천공항 특성상 항공편 출발 3시간~2시간반 전까지 도착하려고 보니
공항철도를 탈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심야 리무진을 타자니 가격도 비싸고, 공항 도착해서 뜨는 시간이 너무 많아
(새벽 3시 경 출발하는 막차를 타도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5시 뿐이 안 됨…)
인천공항 주변 숙소를 잡아야하나 갈팡질팡 하던 중
"인천공항에 아예 일찍 가서 면세 구역의 냅존 혹은 코지존 등등을 이용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문제는 과연 항공기 출발 몇 시간 전부터 면세구역에 입장할 수 있는지, 였다
지난 연말 여행 때 약 4시간 정도를 코지존에서 몸을 꾸겨넣고 있어보긴 했지만…
공항철도 막차를 타고 가면 0시 반 정도라,
"7시간씩이나 일찍 면세구역에 들어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웹을 열심히 뒤진 결과,
부칠 짐이 없다면 당일 0시부터 면세구역에 입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문제가 해결됐으니, 망설이지 않고 짐을 챙겨 인천공항으로!
진에어가 운항하는 2터미널에 도착했을 때에는 0시가 살짝 넘어있었다
24시간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1터미널과 달리 2터미널은 심야 비행편이 없다
그러다보니 2터미널은 텅 비어있었고, 출국장도 대부분 불이 꺼져있었기에 난감했다
분명 인천공항은 24시간 운영한다고 들었는데…
1번 출국장을 기웃거리다 불이 꺼져있길래 2번 출국장으로 가보았다
그랬더니 이게 웬걸,
2번 출국장에는 1번 출국장이 24시간 운영되니 그쪽으로 가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불필요하게 공항의 끝과 끝을 왕복한 뒤, 1번 출국장을 이용해 출국심사를 받았다
심야 시간에는 짐 검사 구역은 1개만 열어놓으며, 자동출국심사가 아닌 유인출국심사를 받아야 했다

무사히 출국심사를 마치고 냅존에 올라가보니, 누울 자리가 없었다
예상은 했지만… 약간 좌절감을 느끼며 냅존 바깥에 있는 170도 정도 누워있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러면서 수시로 냅존을 둘러보다보니, 1시간 넘게 주인이 돌아오지 않는 자리가 있었다
항공사(아마 대한항공)에서 나눠줄 것 같은 담요가 바닥에 내팽겨져 있는 자리를 보며
"과연 여기에 사람이 있는 걸까?"라는 고민을 오래도록 한 끝에
일단 눕고 주인이 오면 돌려주자는 마음으로 짐을 가지고 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내가 자리를 뜰 때까지 주인은 오지 않았다
럭키-★ 라기보단 원래부터 빈 자리였겠지…


냅존에서 눈을 붙였다가 뜨니, 7시 반 정도였다
8시 즈음부터 탑승 시작이라,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나가려는데 몰골이…
좀 더 일찍 일어나서 유료 샤워실이라도 썼어야했나? 싶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모자 안 가지고 왔으면 큰일났을 뻔…
챙 모자를 깊게 눌러써서 얼굴을 가리고 비행기에 올랐다
다른 때 같으면 이륙하기도 전에 잠을 청했을텐데,
기내식을 주문해놓기도 했고, 공항에서 자서 그런지 막 엄청나게 졸리진 않았다
…만 기내식 먹고 나니 눈꺼풀이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더라
한숨 자고 일어나니 흰 구름 사이로 새파란 바다가 보였다

약 2시간 반의 비행 (인데 왜 그렇게 길게 느껴졌을까?) 끝에 비행기가 시모지시마 공항에 내렸다
시모지시마 공항은, 시모지시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활주로에 비해 터미널은 굉장히 작았다
(조종사 훈련장으로 쓸 목적으로 만들어진 활주로다보니 A380도 문제 없이 이착륙할 수 있다…)
1층으로 운영되다보니 탑승교도 없어, 간만에 계단을 이용해 땅으로 내려왔다
진에어가 도착했을 때, 비슷한 시간대에 도착한 항공편은 없었지만,
CIQ 시설이 공항 크기에 비하면 매우 매우 작았기에… 면세구역을 탈출하는데 생각보다 꽤 걸렸다
짐을 맡기지 않고도 (다른 사람들의)짐보다 내가 늦게 나오는 경험을 간만에 했음…
입국심사가 빨리 끝났으면, 리조트처럼 꾸며놨다는 시모지시마 공항을 좀 둘러보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시기라 리조트 셔틀버스 탑승 시각 (12:00) 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했다
어쩔 수 없이 마지막날 공항에 일찍 와서 둘러보기로 하고, 셔틀버스를 타러 갔다

시기라 리조트 셔틀버스는 택시 승강장 맞은 편에 있었다
우리가 정류장에 갔을 때에는 아직 주차장에 차가 세워진 상태여서 차에 직접 가서 탔다
기사님이 이름과 숙박하는 호텔을 확인하고 짐에 택을 매어 주었다
(언뜻 보니 투숙하는 호텔마다 매어 주는 택이 조금씩 다른 것 같더라…)
시모지시마↔시기라리조트 셔틀버스 시간표 https://shigira.com/assets/pdf/resort_shuttle%20bus.pdf

공항을 출발한 셔틀버스는 약 1시간에 걸쳐 시기라 리조트를 향해 달렸다
가는 동안 공항이 있는 시모지시마, 그 옆에 짝꿍처럼 붙어있는 이라부지마,
미야코 열도의 메인 섬인 미야코지마에 대한 설명이 일본어, 영어, 중국어, 그리고 한국어로 나왔다
맨 처음에 일본어 설명만 있는 줄 알고 일행과 열심히 청해 테스트를 하다
우리말이 나와 약간(?) 허탈해졌다
설명을 들으며 창밖을 내다보니 잡초처럼 무성하게 자란 풀이 보였다
미야코 열도는 겨울이 거의 없다시피한 지역이라 잡초가 이렇게 자라는구나 싶었는데…
며칠 뒤 버스 투어 때 가이드의 설명으로 그것들이 사탕수수임을 알게 됐다
(사탕수수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서 더 자세히 하겠음)
사탕수수 밭을 지나 셔틀버스는 이라부지마와 미야코지마를 잇는 이라부대교에 진입했다
이라부대교의 길이는 3,540m(다리와 육지를 잇는 연결도로까지 하면 4,000m 이상)로,
일본에서 무료로 건널 수 있는 대교 중에 가장 길다고 한다

이라부대교를 건넌 셔틀버스는 미야코지마를 가로질러 시기라 리조트에 도착했다
미야코지마 남쪽에 위치한 시기라 리조트에는 크게 8종류의 호텔이 있었는데,
4박5일의 여행 중 2박을 이곳에 위치한 씨브리즈 코랄에서 묵었다
이곳은 시기라 리조트의 호텔들 중 가장 숙박료가 저렴한 곳으로,
리조트 부대 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작정이라면 가성비가 좋은 곳이라 하겠다
아무튼 오후 1시쯤 씨브리즈 코랄에 도착했기에 체크인은 되지 않았다
(간혹 청소가 먼저 끝나면 방을 내어주기도 하던데 얄짤 없더라…)
하는 수 없이 짐만 맡기고, 꿉꿉한 몸을 씻으러 리조트에 있는 황금온천(오공온센)으로 향했다
사실, 류큐 제도가 다 그렇듯, 미야코지마도 일본이지만 온천으로 유명한 곳은 아니다
화산섬인 일본 본토와 달리, 미야코지마가 속한 류큐 제도는 석회암으로 이루어져있기 때문
물론 아예 온천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온천 여행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목적지다
그럼에도 이번 여행의 첫 목적지가 황금온천이 된 건,
체크인 시작 시각인 오후 3시까지 리조트에서 할 만한 일이 딱히 없기 때문이었다
바다에 들어가도 되기야 하겠지만, 이른 시간부터 움직였으니 열심히 놀기보다 일단 쉬고 싶었다

황금온천은 온천 수영장과 남녀가 구분되는 온천탕이 있었다
입욕료는 수건 포함 2,000엔 (성인기준) 이었는데,
미리 다운받아간 시기라 리조트 앱에 500엔 할인 쿠폰이 있어서 1,500엔에 들어갔다
셔틀버스 주차장에서 호텔, 호텔에서 온천까지 오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도
어찌나 더운지 땀이 비오듯 흘렀다
수영복을 바로 입고 싶은 상태가 아니었기에 일단 몸을 씻으러 탕에 들어갔다
50도의 원천에서 흘러나오는 온천수를 이용한 대중탕은 반노천식이었다
탕도 있어 들어가서 느긋하게 쉬려고 했는데,
이게 웬걸, 원천에 찬물을 거의 안 섞은 건지, 햇볕에 물이 뜨거워진 건지, 탕이 너무 뜨거웠다
처음에 들어가자마자 깜짝 놀라서 "앗 뜨거"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럼에도 탕에 들어가 있고는 싶어서 뜨거움을 꾹 참고 탕에 몸을 묻어두고 있다 나왔다
깨끗이 몸을 씻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뒤 수영장으로 나왔다
배가 슬슬 고팠기에 황금온천 안에 있는 카페에서 점심 해결 (나는 버거, 일행은 판투 카레)
…하면서 맞닥뜨린 어마어마한 리조트 물가!
각오는 했지만, 저만한 음료수 한 잔에 7~8천원이라니 이게 말이야 방구야…
맛도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 이렇게나 낸 돈 아깝게 평범할 수 있을까 싶더라

어쩔 수 없이 아쉬웠던 식사 후, 황금온천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여름에 온천을 즐기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 있기 힘들만큼 남쪽의 햇볕이 따가웠다…
자외선이 강하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그늘에 있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줄이야…
온천 수영장은 한 바퀴만 돌아보고, 대부분의 시간은 수영장 밖 파라솔 의자에서 보냈다
옆자리의 한국 애기 엄마들의 딸랑구들이 귀여워서 몰래(라기엔 꽤 대놓고 봤던 것 같지만)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파라솔 의자에 누워 빙수도 먹어볼까 했는데
얼음에 설탕 시럽 뿌렸을 뿐인 레인보우 빙수가 5,000원이 넘길래 패스―
시계를 호텔 체크인 가능한 시간이 되어, 다시 대중탕에 가서 몸을 가볍게 씻고 나왔다

오후 3시가 넘었지만, 햇볕은 여전히 따가웠다
발걸음을 서둘러 호텔에 와서 셀프 체크인을 하고, 배정 받은 객실이 있는 층으로 올라갔는데
에어컨 문제인지 아님 다른 뭔지, 복도에 곰팡이 쿰쿰내가 진동했다
(이 쿰쿰내는 결국 퇴실할 때까지 해결되지 않았다)
보통 공식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약하면 그래도 괜찮은 방을 준다고 알고 있는데,
그래서 높은 층 + 바다에 가까운 곳으로 객실이 배정됐다고 좋아했는데,
뷰가 이게 뭐람,
산타모니카 호텔에 가려 손바닥만큼 밖에 보이지 않는 객실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다가 잘 안 보인다는 후기를 보고 가긴 했지만, 이렇게 감질나게 보일 줄은…
그래도 객실 청결도에 문제가 있거나 하지는 않아서 그냥저냥 만족하고 지냈다
그렇지만, 시기라 리조트에서 같은 급으로 분류되는 브리즈베이 마리나의 부대시설과 비교하면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달까―
돈을 조금 더 쓸 걸 그랬나, 라는 생각이 솔직히 들긴 하더라


리조트 호텔보다는 비즈니스 호텔에 가까운 객실에서 공기가 식기를 기다렸다
다섯 시쯤 되니 그나마 햇볕이 따갑던 것은 덜해져, 저녁을 먹으러 셔틀을 타고 빠에카지무라에 갔는데…
뒤에서 야키니쿠를 굽고, 옆에서 장식용 불을 피워놔서 그런지, 땀이 비오듯 흘렀다
시기라 리조트 내 셔틀버스 시간표 : https://shigira.com/assets/pdf/about/map/bus-map.pdf
더워서 맥주를 들이켰는데, 시원함은 잠시고 금방 다시 더워져 짜증 지수가 치솟았다
선풍기라도 군데군데 놓여있으면 좋았을텐데, 야키니쿠 굽는 곳에만 한 두 개 가져다놓고 끝…
공연을 보겠다는 의지가 없었더라면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 것이다
(손선풍기라도 가져갔어야 했는데, 깜빡한 바람에…)
더위를 견뎌가며 먹은 저녁 메뉴는
타코라이스와 가다랑어+바다포도 덮밥, 고야참푸르, 그리고 지마미 두부
오리온 맥주까지 곁들이니 오키나와 그 잡채인 요리였다
참고로 미야코지마를 비롯한 오키나와는 바다 수온이 높아 난류성 어종이 주로 서식하고,
고온다습한 아열대성 기후로 인해 본토에 비해 생선회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다
다만, 미야코지마는 쿠로시오 해류가 지나는 곳이다보니
싱싱한 다랑어(마구로, 가쓰오) 회가 유명하다고 한다
밤이 깊어지자 더위가 꽤 가셨다
그때(19:30)부터 시작된 30분 간 오키나와의 전통 공연이 펼쳐졌다
커다란 북을 번쩍번쩍 들며 에이사를 추는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에이사는 류큐 지역의 전통 춤으로,
17세기 오키나와에 불교가 전래될 때 보급된 염불춤(念仏踊り)을 시초로 본다고 한다.
춤의 명칭은 춤을 추며 부르는 추임새에서 유래하였다고 전해지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역 청년들을 중심으로 지금의 모습으로 발달해,
최근에는 전통노래 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노래를 사용하는 창작 에이사가 등장하는 등
오키나와하면 빼놓을 수 없는 대중문화가 되었다고.
이 날 본 공연 중 하나도 밴드 BEGIN 산신의 꽃(三線の花)을 반주로 펼친 에이사였다.
오키나와 전통 악기인 산신의 서정적인 멜로디가 아래에 깔리고,
그 위를 북, 소고의 폭풍과도 같은 둥둥거림이 휘몰아치자, 시간이 물 흐르듯 흘러갔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활기차던 움직임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약간 들뜬 느낌으로 호텔에 돌아갔다.

첫 날을 푹 쉬고 난 둘째 날 아침.
호텔을 조식 불포함 플랜으로 예약했지만,
리조트 뷔페를 한 끼 정도는 즐겨보고 싶다는 일행의 말에 공감해 조식을 먹었다.
투숙한 씨 브리즈 코랄에도 레스토랑이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아침 영업은 휴업 중으로, 맞은 편에 있는 산타 모니카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조식 불포함 플랜을 예약한 경우에도
별도의 예약 없이 산타 모니카 레스토랑에 가서 아침을 먹겠다고 하면 됐다.
레스토랑 전용 입구가 약간 헷갈리게 생기긴 했는데…
잠깐 헤메긴 했지만, 금방 올바른 장소를 찾아 들어가 현장에서 조식비를 결제했다.
뷔페는 일반적으로 일본 호텔에서 볼 수 있는 조식 메뉴들에 더해
오키나와임을 알려주는 지마미두부, 미야코소바, 쥬시 오니기리, 고야 장아찌 등이 있었다.
원래 아침 식사를 거하게 하는 편이 아닌데,
적어도 오키나와 향토 메뉴들만큼은 다 먹고 싶어서 트레이 가득 담아왔다가,
배가 터지도록 먹어댔는데도 음식을 남겨버려 조금 미안해졌다…
기본 성인 기준 약 3천엔 (씨 브리즈 코랄 투숙객임을 알린 결과 2.5천엔) 뷔페 치고는
시쿠아사를 사용한 아이스크림을 갖추어두는 등, 꽤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식사 후 호텔로 돌아오는데, 벌써부터 햇볕이 따가웠다…
둘째날은 리조트의 시설을 온전히 즐기는 날로,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뒤, 호텔에서 툭툭을 불렀다.
시기라 리조트 내에 셔틀 버스가 다니긴 하지만,
모든 관광지에 서는 게 아닌데다, 오전 시간대에는 시계방향으로만 운행하기 때문에
씨 브리즈 코랄의 시계 반대 방향에 위치한 시기라 비치를 가기 위해서는 툭툭을 타야만 했다.
(아님 더위를 뚫고 무모한 걸음을 해야함…)
깔끔하게 차려 입은 툭툭 기사님이 시원하게 리조트를 질주했고,
금방 시기라 비치에 도착해 우리를 비롯한 동승객들을 내려주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툭툭을 기다리고 있던 듯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기사님이 그 사람들을 미처 보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허탈한 얼굴로 다시 툭툭을 기다리게 된 사람들을 보며,
시기라 비치에서 툭툭을 잡는 것이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툭툭에서 내려 건물 (아마 시기라 미라쥬 호텔이 아니었을까?) 을 끼고 돌자,
산호초가 곱게 갈린 해변과 미야코 블루의 바다가 펼쳐졌다.
오전에 만조, 오후에 간조인 날인 덕분에 물이 해변 코 앞까지 가득 차 있었다.
미리 물때를 보고 간 것에 뿌듯함을 느끼며,
비치 뒷편의 시기라 비치하우스에서 튜브와 구명조끼를 빌렸다.
구글 지도에는 영업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라 되어 있지만,
7~8월 한정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렌탈한 물품은 오후 5시 반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스노클링 마스크를 구매해서 갔기에, 당초 계획은 일행만 튜브를 빌리는 것 (550엔) 이었다.
하지만 막상 물에 들어가보니 생각보다 물고기가 많아서, 깊은 곳에도 들어가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약간 비싸다고 생각 들었던 구명조끼 (1,100엔) 를 빌려입고,
잔잔한 파도를 헤치며 해변 바로 앞에 위치한 섬까지 헤엄쳐 갔다.

수심이 내 키의 2배쯤 되는 돌섬 주변에 이르르자,
눈 앞에는 작은 열대어들이 헤엄쳐 다녔고, 발 아래에는 팔 반마디 정도 되는 희멀건 물고기들이 있었다.
그것 말고도 물고기가 참 많았는데…
사진이 없는 건, 휴대폰 방수팩을 깜빡하고 한국에 두고 와버린 탓이다… ㅋ…ㅎ…ㅠ
사진이 없어 그 수 많은 물고기들을 보며 느꼈던 감동이 점차 퇴색되어 갈 걸 생각하니, 너무 슬프다…
그래도 당시에는 일단 신나게 놀았다.
자외선이 어찌나 강한지, 래쉬가드로 가려지지 않았던 발목이 빨갛게 타버릴 정도였다.
게다가 바닥에 산호나 돌이 잔뜩 깔려 있어 아쿠아슈즈나 래쉬가드가 없으면 다칠 위험이 높아 보였다.
그래도 그 덕분에 해변에는 파도가 거의 치지 않아 너무나도 쾌적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었다.
운이 좋으면 거북이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거북이는 보지 못했지만…
물고기를 정말 오랜만에 양껏 봐서 너무나도 만족했다.
마치 도심의 비둘기마냥 물고기가 사람을 별로 안 무서워해, 해안 깊숙한 곳까지 떼로 들어와 헤엄치더라.

한바탕 신나게 놀고 나서 점심을 먹으러 시기라 비치 푸드 코트에 갔다.
결제 카운터에 진에어 탑승객에 한해 결제 금액에 10% 할인을 해주고 있었는데,
전날 씨 브리즈 코랄 맞은편에 있던 기념품 샵에서도 봤던 이벤트였다.
다만, 빠에카지무라나 그 뒷편에 있던 기념품 샵에서는 이러한 이벤트 안내가 없었던 걸 보면,
모든 시기라 리조트 내 시설이 진에어 탑승객을 위한 혜택을 제공하지는 않는 듯.

점심 메뉴는, 나는 로코모코, 일행은 치즈 핫도그였다.
여기에 1인 1음료를 시키고 나니 점심 식비만으로 또 5만원 가까이가 깨져버렸다…
맛이 없었더라면 정말 기분이 별로였을 것 같은데,
나는 배가 많이 고파서인지, 야채와 짠지까지 싹싹 긁어서 먹어치웠다.
그런데 머리를 수시로 물에 담갔던 나와 달리,
튜브를 타느라 상체가 계속 물 밖에 나와있던 일행이 그새 더위를 먹었는지,
입맛이 없다고 해서 조금 걱정이 됐다…


오후에는 물이 많이 빠져 해변 곳곳이 바닥을 드러냈다.
일행은 그늘에서 쉬고 싶다고 해서, 해변에 자리한 커다란 나무 아래 앉혀두었다.
나는 튜브를 타고 혼자 놀다가,
해안선을 따라 자리한 돌무더기 사이의 웅덩이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물이 가득 차 있을 때에는 바닥에 발이 닿지 않아 사진 찍기에 어려웠는데,
간조에 이르르니 한결 수월해졌다.
얕은 물을 얼마간 참방거리다, 다음 일정 시간이 가까워져 씻으러 갔다.
한데, 시기라 비치 하우스에 샤워장과 탈의실이 있다는 걸 알고 갔다.
리조트 투숙객은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던 그 샤워장과 탈의실은… 화장실에 딸린 간이 시설이었다.
아니면 비치하우스 앞에 있던 물이 쏟아지던 샤워기를 이용하던가.
이래서야 누가 투숙객이고 누가 비투숙객인지 알게 뭐야 싶은 시설에서 짠물을 닦아냈다.
드라이어도 없어서, 머리를 감고 나면 꼭 말려야 하는 일행은 머리 감는 것 자체를 포기했다…
숙소가 시기라 비치 근처라면 또 모를까, 참 애매한 곳이었다.


샤워시설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반잠수정 씨 스카이 하쿠아이를 타러갔다.
당초 셔틀버스를 타고 브리즈베이 마리나에 간 다음, 걸어 갈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애매해져 툭툭에 몸을 실었고, 와이와이비치에 내린 덕분에 계획보다 덜 걸었다.
오후 3시가 지났지만 해는 여전히 따가웠고, 날씨는 무더웠기에
오래 걷지 않았음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씨 스카이 하쿠아이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12시를 제외한 매 시간마다 출항하는데,
우리는 해변을 충분히 즐기기 위해 오후 4시 출항편을 예약한 참이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일행과 원하는 자리에 앉아 바다 속을 감상할 수 있었다.
(요금 : 성인 기준 2천엔 / 리조트 숙박객 1.6천엔)




항구를 출발한 잠수함이 산호초에 다다르자, 산호 사이로 여러 물고기들이 보였다.
비록 잠수정이다보니 아주 가까이에서 산호 틈새의 물고기를 볼 수는 없었지만,
물 밖에서 먹이를 뿌린 덕분에, 그 먹이를 먹기 위해 몰려든 꽤 큰 물고기들은 가까이서 봤다.
그리고 여기서도 운이 좋으면 거북이를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운이 없었는지 앞쪽에 앉은 다른 사람들은 본 거북이를 나는 보지 못했다…
아쉬움을 삼키며 구체 모양으로 아주 느리게 자라는 산호만 카메라에 담았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구형 산호는 1년에 평균 1센치 정도 밖에 자라지 않기 때문에
사진에 담긴 크기만큼 자라려면, 적어도 에도시대부터는 이 자리에 있었어야 한다고…
아주 오랜 시간 미야코지마 남쪽 해안을 지키고 있는 산호를 보다가 깜빡 졸았다…
아침 댓바람부터 바다에서 신나게 노느라 체력을 다 소진했더니
눈꺼풀이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었다…

비몽사몽하며 밖으로 나와보니 정면으로 시기라 리조트의 모습이 보였다.
브리즈베이 마리나 뒤쪽에 자리한 고성처럼 생긴 건물은 우에노 독일 문화촌인데,
시기라 리조트가 확장되며 마치 리조트 안에 있는 건물처럼 보이지만,
실은 시기라 리조트보다 훨씬 오래된 별개의 장소라고 한다.
과거 이 주변을 표류하던 독일 사람들이 미야코지마 우에노에 상륙한 것을 기념하여 만들어졌다고.
겉에서 보기에는 꽤 예뻐 보였는데, 구글 후기를 보니 관리가 잘 되지 않는 것 같음…

미야코지마를 등지고 바다 쪽을 바라보자, 직전까지 잠수함에서 보았던 산호초가 눈에 들어왔다.
참 신기한 것이 산호초가 있는 파도도 거의 치지 않는데 반해, 먼 바다는 파도도 많이 치는 것 같았다.
찾아보니 산호초가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데,
평범한 모래와 달리 산호초는 거친 입자를 가지고 있어 파도가 칠 때 마찰력이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파도 에너지의 97%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
1시간 정도 미야코지마 남쪽 바다를 운항한 배가 섬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뜨거운 날씨에 (부정적인) 감탄사를 뱉으면서도 걸어서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올때와 달리 툭툭을 부를 수가 없어,
셔틀을 타려면 브리즈베이 마리나까지 걸어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전날 저녁 식사 후에 브리즈베이 마리나에서 호텔까지 걸어가다가,
중간쯤에서 씨스카이 하쿠아이를 홍보하는 안내판을 보았기 때문에
굳이 브리즈베이 마리나를 경유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괜찮은 건 아니라서…
객실에 올라가 비치하우스에서 제대로 못한 샤워를 하고,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저녁을 먹으러 맞은편의 펑키플라밍고에 갔다.
(원래는 브리즈베이 마리나 쪽 식당을 이용할 생각이었는데… 더워서 걷기가 싫었음…)

펑키플라밍고는 공연을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형태였는데,
구글 후기에 보니 꽤 음식값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입장료를 받아 불만인 사람이 있었다.
우리야 씨 브리즈 코랄에 숙박해서 입장료 면제 + 음료 1잔 무료 혜택을 받았고,
그로 인해 꽤 많은 비용을 절감해 만족스러웠지만,
그런 것 전혀 없이 입장료 (1천엔 조금 넘었던가?) 에 음식에 술까지 시켰으면
맛에 비해 비싼 식당이라는 인상이 들었을 것 같다.


저녁 식사 후에는 시기라 골프장에서 진행하는 별빛투어를 하러 갔다.
골프장 위에 돗자리를 깔아두고 드러누워 별을 바라보는데,
많이 남쪽으로 내려와서 그런지, 우리나라에서 보는 밤 하늘과 달라 신기했다.
북두칠성과 북극성은 땅에 상당히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다는 남십자성도 처음으로 보았다.
그에 비해 그렇게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카시오페아 자리는 땅 밑에 있는 지 보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가 방문했을 때가 일본이 칠석을 앞두고 있던 때라 은하수 이야기를 해주던데,
일본의 칠석은 양력 7월7일이기 때문에 은하수가 머리 위를 지나지 않는다고.
그야 애당초 음력이었던 칠석을 일본이 메이지유신 때 강제로 양력으로 바꾼 거니까…
(유일하게 음력으로 칠석으로 보내는 센다이 이야기도 짧게 들려주었다.)


호텔 체크아웃하는 셋째 날
캐리어를 챙겨들고 브리즈베이 마리나까지 걸어갔다.
그래도 이른 시간이라서인지 캐리어를 끌고 갈만은 했다…
아침 식사는 브리즈베이 마리나 옆에 있는 베이커리 난세이노카제에서 먹었다
메론빵에 머리와 다리를 붙인 거북빵이 유명하다고…
그래서인지 우리가 갔을 때도 딱 하나 남아있었다.
그리고 베이커리 안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없어 밖에서 빵을 먹는데
시원한 음료를 먹으며 가만히 있으니 그래도 더위를 견딜만했다.
하지만 오래 있고 싶은 날씨는 아니라, 후딱 먹고 브리즈베이 마리나에서 투어 버스를 기다렸다.


셋째 날과 넷째 날은 LeaLea 버스 투어를 이용해 미야코지마의 주요 관광지를 다 둘러보았다.
렌터카가 있었더라면 지역 별로 관광지를 묶어서 다녔을테지만,
최대한 관광객을 모객해야 하는 버스 투어 특성 상,
투어 한 번에 미야코지마의 전체를 돌아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시간 낭비가 어쩔 수 없이 발생했지만,
다리를 건널 때, 렌터카보다 높은 뷰에서 바다를 내려볼 수 있어 좋았다.
내가 운전할 필요가 없다보니 피곤하면 자면 됐고,
가이드의 설명도 재미있었으니 조금 비싸기는 해도 (1인 9만, 8만) 만족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인이라고 하니 한국어 음성 가이드를 받았다.
근데 나나 일행이나 일본어를 어느정도 알아들어서 굳이 집중해서 듣지 않았다.
당연하지만 가이드 얘기가 훨씬 풍부하고 재밌고,
버스의 위치를 GPS로 잡아서 안내하는 형태라 타이밍이 맞지 않기도 함…
3일차 버스투어 : https://www.his-j.com/okinawa/op/activity/detail/?opid=458
4일차 버스투어 : https://www.his-j.com/okinawa/op/activity/detail/?opid=5166


셋째 날 버스 투어의 첫 번째 목적지는 동쪽 끝의 히가시헨나자키(東平安名岬) 공원이었다.
미야코지마 동쪽 끝으로 길게 빠진 이 곶은
바다와 맞닿은 가장자리 땅이라는 뜻의 피얀나(ピャンナ)라는 미야코어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다만, 헨나(平安名)라는 현재의 명칭은 류큐 왕국 시기,
오키나와어를 기준으로 음차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곶이다보니 360도에 가깝게 태평양을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나무 하나 없는 광활한(?) 뙤약볕을 걸으려니 그렇게 고통스러울 수가 없었다.
가이드는 등대에 올라가면 넓게 펼쳐진 태평양을 올려다볼 수 있고,
일본에서 민간인이 전망대까지 올라가볼 수 있는 등대가 몇 개 없다고 추천해주었지만,
선풍기조차 갖춰져있지 않을 법한 등대를,
당연하지만 엘리베이터도 없는 그곳을 낑낑대며 올라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공원에서 바다만 둘러보고 나오는 길, 우측으로 바다 위에 떠있는 바위들이 보였다.
이 바위들은 18세기 야에아마 지진 때,
30M가 넘는 쓰나미가 미야코지마에 몰아닥치며 남긴 흔적이라고 한다.
시모지시마에도 비슷한 이유로 생긴 해변에 거대한 바위들이 있는데,
이런 바위들을 가리켜 쓰나미돌(津波石)이라고 부른다고.


공원을 빠져나와 버스에 오르기 전,
주차장에 서있는 사탕수수 주스 트럭에서 사탕수수 즙을 1잔 (500엔) 샀다.
처음에는 사탕수수즙만 먹고, 그 다음에는 시쿠아사즙을 뿌려 먹어보았다.
전자도 달달하니 맛있었는데, 후자는 또 다른 맛으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트럭 기사님이 우리더러 어디서 왔냐고 하시길래
한국이라고 대답했더니, 미야코지마에 한국인들이 예전부터 많이 살았다고 말해주셨다.
기사님께는 나나 일행이나 "그렇구나~" 하고 신기해하며 넘어갔지만,
우리 둘 다 알고 있었다.
미야코지마는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곳 중 하나라는 것을.
또한 섬 곳곳에 위안소가 설치되었고,
식민지 조선에서 끌려온 여성들이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한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미야코지마에는, 비록 우리는 렌터카를 이용하지 않아 가보지 못했지만,
이 더운 곳에서 고통받다 죽어간 우리나라 사람들을 추모하는 아리랑 비가 있다.

슬픈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그 시대를 힘겹게 살아갔던 사람들의 존재를 듣는 것은 또 다른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반성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뻔뻔함에 일행과 혀를 차며
버스에 올라 다음 목적지인 쿠리마섬으로 이동했다.
창밖을 내다보니 사탕수수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는데,
그저 잘 자라고 있는 이 사탕수수에 미야코지마의 슬픈 역사가 얽혀있다.
석회암 지대인 미야코지마는 물이 부족해 쌀을 생산하기 어려운 지역인데,
미야코지마를 점령한 일본 정부가
이 지역에 설탕 플랜테이션 농장을 운영하며 식량을 본토 등지에서 수입하게 하였다.
단일작물재배라는 기형적인 농사를 짓던 미야코지마 농민들은
1920년대 값싼 외국산 사탕수수가 일본으로 수입되면서 많은 수가 도산하였고,
식량을 살 돈이 없어 주변에 자라는 소철을 먹으며 연명하게 된다.
문제는 이 소철이 독성이 있다보니,
이 독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고 먹어 중독되는 일이 잦았고, 사망한 사람도 많았다.
그래서 미야코지마 및 오키나와 일대에서는 이 무렵을 가리켜 소철지옥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일본 정부가 사이판 등 남양군도에 사탕수수 농장을 세울 때
고향을 등지고 이주한 사람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일제에 수탈당한 오키나와의 슬픔을 가슴에 품고,
쿠리마지마와 미야코지마를 연결하는 쿠리마 대교를 마주했다.
미야코지마 서남쪽에 위치한 쿠리마지마는
담수가 귀한 미야코 제도 중에서도 특히 물이 귀한 섬이었다고 한다.
산호초가 융기한 섬인 쿠리마지마도 미야코지마도 강은 없지만,
지하에 찰흙층이 있어 그곳에 일단 빗물이 고여 지하수라도 사용할 수 있는 미야코지마와 달리
쿠리마지마는 그것조차 없어 비가 내리는 족족 바다로 빠져나가버렸다고.
그렇게 근대는 물론 현대까지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다,
70년대 들어 미야코지마로부터 해저 수도관이 연결되어 담수를 공급받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쿠리마지마에서는 45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섬 안에 아기자기한 기념품샵과 카페가 많다고 하는데,
너무 더워서, 그것들은커녕 가이드와 음성 가이드가 모두 알려준 빨간색 류구조 전망대도 못 갔다…
그 대신 버스에서 내린 곳에서 가까운 마츠노키 전망대만 다녀왔다.
그마저도 더워서 오래 못 있고,
버스가 주차된 주차장 부근에 있는 아오조라 파라 카페에서 시원한 음식을 먹으며 쉬었다.
휴식 후, 쿠리마지마를 빠져나온 버스는 북서쪽으로 달려 이라부대교를 건넜다.
앞서서 말했지만, 이라부대교는 미야코지마와 이라부지마를 연결하는 다리로,
낙도였던 이라부지마의 생활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2015년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 전까지의 이라부지마는 미야코지마에서 출발한 페리가 정박하는
북쪽, 남쪽 항구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살았다고.
셋째 날 안내를 도맡아주셨던 섬의 신부 가이드님이 남쪽 취락에 살고 계신다는 말을 덤으로 들었다.


이라부지마를 건너는 동안 바다거북을 볼 수 있다는데,
반대편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2~3번의 바다거북을 보는 동안,
나와 일행은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버스는 시모지마와 이라부지마 사이에 자리한 좁은 해협의 입구 부근의 도구치해변에 도착했다.
전날 입수했던 시기라 해변과 달리, 이곳의 해변은 고운 모래로 되어있었다.
덕분에 아쿠아슈즈 없이 맨발로 부드러운 모래사장을 밟으며 시원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만끽했다.
또, 바로 옆에 거북이를 닮은 작은 바위섬이 있어서,
이라부대교를 건너는 동안 바다거북을 보지 못해 아쉬웠던 것을 조금 달랠 수 있었다.

토구치하마를 떠난 버스는 좁은 바다를 건너 시모지시마를 잠시 들렀다가,
이라부지마의 서북쪽의 호텔에 들렀다.
미야코소바, 쥬시, 그리고 미야코지마의 디저트로 이루어진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류큐 지역에서 유명한 지명이 들어간 소바는 일본 본토와 달리 밀가루 면을 쓰는 게 특징인데,
과거 일본 정부가 메밀가루가 30% 이상 들어가지 않은 면 요리에 소바라는 명칭을 쓰는 걸 제한하려 하자
오키나와의 민관이 크게 반발하여, 본토 정부를 상대로 특별 명칭을 얻어낸 덕분이라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류큐 지역의 소바들은 섬마다 제조 방식이 조금씩 다른데,
미야코 소바는 섬 주변에서 많이 잡히는 가다랑어포를 이용한 육수를 베이스로 하여
오키나와 본섬에 비해 국물이 깔끔한 편이라고 한다.

식사 후에는 다시 시모지시마로 건너가, 일행이 꼭 가보고 싶다했던 토리이케에 들렀다.
일본 국가 지정 명승이자 천연기념물인 이곳은
지상에서 보면 둥근 연못이 두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하 동굴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토리이케(通り池)라고 불리운다.
또한, 호수의 하층부는 바닷물이고, 상층부는 민물이라,
신비롭고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 두 종류의 물이 맞닿는 곳에서 신비로운 현상을 관찰할 수 있어
스쿠버다이버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라는데… 다시 오게 된다면 내려가볼 수 있을까?

이라부지미와 시모지시마의 주요 명소를 둘러보고,
미야코지마로 돌아온 버스는 이케마지마가 있는 북쪽으로 향했다.
히라라 시내를 지나가며 가이드가 뭔가 설명을 해주었을 것 같은데…
전날 자정이 넘은 시간에 잠든데다 아침 일찍부터 움직였던 탓에 눈꺼풀이 점점 아래로…
가이드의 부름에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케마지마가 내려다보이는 매점 카이미루에 도착해 있었다.
가게 규모는 작은 축에 속했지만, 이케마대교가 2, 3층의 전망대가 있기 때문인지
내외국인들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가게 안을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이케마대교가 보이는 전망대 뿐만 아니라,
이 가게는 자색 고구마떡으로도 유명했는데,
우연히 이 가게를 지나가던 우리나라 유학생이
이 떡이 그렇게 맛있었는지, 한글로 메뉴판을 써놓은 게 있어 일행과 한참 웃었다.
약간 고소한 맛의 떡이었는데,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보관하는 방식을 보니 따뜻하게 먹어야 맛있는 떡 같던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뜨거운 떡이 잘 먹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버스에 오른 뒤에는 다시 졸았다… 😪
이케마지마를 떠나 미야코지마로 되돌아온 버스는 마지막 코스로
미야코지마의 명물인 유키시오를 만드는 제염소에 들렀다.
가이드가 제염소의 설명을 한번쯤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기웃거렸는데,
직원의 빠른 말을 알아듣기가 너무 어렵더라…
그런데다가 태풍이 미야코지마를 향해 성큼성큼 북상하고 있어…
목요일 귀국으로 예약한 항공편을 바꾸느라 직원의 말을 집중해서 듣기도 어려웠다
그리고 주말에 태풍이 강타한 괌 항공권을 처리하느라 바쁜지
평소보다 문의 답변도 늦고, 전화 연결도 안 되던 하나투어 항공팀…
지난 일본 일주 때 비행기가 결항됐을 때도 느꼈지만,
싸다고 여행사 끼고 항공권 예약하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처리가 안 되는 게 알면서도 참…
항공사 티켓이 5~6만원 비싸도 시원하게 끊을 수 있는 금전적 여유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튼 항공권 변경으로 예민해져 있다보니 아이스크림 사진 찍는 것도 잊어버렸네…
아이스크림 자체는 평범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이었지만,
그 위에 유키시오 제염소에서 만든 눈꽃소금과 다른 재료를 블랜딩해서 만든
소금을 뿌려 먹는 형태라 맛있게 잘 먹었다.

투어를 마치고 미야코지마 히라라 시내에서 내렸다.
캐리어를 끌고 새 숙소로 가야했는데,
짐을 끌고 걸을 수 없을만큼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지열이 굉장했다…
도저히 그늘 밖을 걸을 자신이 없어서 우버를 이용해 택시를 불렀다.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가다보니 약간 길이 경사져 있는 걸 알게 됐다.
산이 없는 미야코지마인만큼 그렇게 높은 언덕은 아니었지만,
다음 날 실제로 걸어보니 뙤약볕에 캐리어를 끌고 걷지 않았음에 감사했다…

그렇게 무사히 도착한 숙소는 시내에 위치한 2층짜리 게스트하우스였다.
나야 여행을 다니며 게스트하우스를 많이 써봤기 때문에 다인실도 OK지만,
일행은 게스트하우스가 처음이라, 괜찮을까 조마조마했다.
게다가 체크인하러 들어갔더니 주인장이 볼일을 보러 자리를 비운 탓에,
다른 숙박객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체크인조차 못할 뻔했다…
나중에 주인장이 자리를 비운 이유가
태풍 상륙을 대비하기 위한 쇼핑 때문이라는 말을 듣고 이해하긴 했지만,
그 순간의 당혹스러움이란…
나 혼자 갔더라면 짜증이야 좀 낫겠지만, 공용 공간에 앉아 기다렸을텐데,
일행에게 게스트하우스는 도착하자마자 문제가 생긴다는 부정적인 인상이 심어질까봐…
(추후 확인한 결과, 다행히(?) 일행이 게스트하우스에서 느낀 불편함은 그런 류는 아니었다.)
얼레벌레 체크인을 마치고 땀을 씻고 에어컨이 씽씽 나오는 방에서 쉬다가
저녁거리 및 다음날 아침거리를 사기 위해 마트에 갔다.
그런데 태풍이 북상한다는 말이 실감 날 만큼 매대가 텅텅 비어있었다.
어쩔 수 없이 있는 음식 중에서 그나마 먹고 싶은 것을 골라와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

여행 넷째 날, 전날 마트에서 사온 음식으로 아침을 먹었다.
셋째 날 가이드의 말을 빌려, 어째서인지 유명해져버린 우즈마키 빵을 먹어보았는데…
크림 사이로 설탕 씹히는 식감이 영 내 취향이 아니었다.


셋째 날에 이어 넷째 날도 LeaLea 투어를 다녀왔다.
넷째 날의 가이드는 미야코지마 여행 끝에 이주한 효고현 출신으로,
본인은 줄곧 칸사이 사람으로 살았지만,
조부모님이 류큐 출신이라는 꽤 신기한 출신성분을 가지고 계셨다.
미야코지마와 주변 부속 섬들을 그림으로 그려 설명해주는데,
본인은 손으로 적당히 그린 그림이라 사진 찍는 게 부끄럽다고 말했지만,
보자마자 너무 잘 그린 미야코 제도라, 내심 감탄했다.
3일차 버스투어 : https://www.his-j.com/okinawa/op/activity/detail/?opid=458
4일차 버스투어 : https://www.his-j.com/okinawa/op/activity/detail/?opid=5166

히라라 시내를 출발한 버스는 손님을 태우기 위해 힐튼에 잠시 정차했다.
23년도에 생긴 이 최신 호텔에서 바라본 이라부대교가 어찌나 멋지던지…
2인실 기준 1박에 30만원 이상이라는 숙박비만 아니었으면 꼭 자봤을텐데…
빠듯한 예산으로 시내 숙박은 호텔이 아닌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한 우리에게
그렇게나 비싼 호텔은 사치 중에 사치였다…
언젠가 호캉스로 미야코지마를 또 오게 된다면, 고려해보기로…
힐튼 호텔을 떠나, 버스는 또 이라부대교를 건넜다 ㅎㅎ
이때는 다리를 건너며 바다거북을 볼 수 있었다.
갈색빛 등딱지가 물 위를 천천히 헤엄쳐 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태풍 때문에 일정이 당겨지며 스노클링을 하며 거북이를 보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이라부 대교를 건너다보니, 정면 우측으로 마키야마 전망대가 보였다.
새처럼 생긴 이 전망대는
실제로 가을이면 미야코지마에 날아오는 철새인 사시바(왕새매)의 모습을 본딴 것이라고 한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미야코 제도 사람들은 이 새를 잡아먹기도 했다는데,
소, 돼지, 닭 등을 일상적으로 섭취하기 힘들었던 낙도 사람들에게
가을이면 손쉽게 잡을 수 있는 사시바는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지 않았을까 싶다.
현재는 법률로 보호되는 새이기 때문에 수렵하지 않는다고.

이라부대교를 건너 도착한 곳은 시모지시마 공항의 활주로인 17END였다.
활주로 번호는 비행기가 착륙할 때 바라보는 나침반의 방위각을 10으로 나눈 2자리 숫자로 표기하는데,
시모지시마의 바다쪽 활주로는 약 170도 방향을 향하고 있어,
활주로 식별 번호가 17이 되었고,
이 17번 활주로의 끝이 보이는 곳이라는 뜻에서 17END라는 명칭이 붙여졌다고.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를 노려서 올 수 있다면 훨씬 더 좋았을테지만,
그때는 사람이 너무 많아 도저히 대형 버스가 진입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아쉽지만 미야코 블루의 바다와 여객기 대신 경비행기가 훈련하는 모습을 보다 발걸음을 돌렸다.

투어의 두 번째 방문지는 이라부 대교를 건널 때 본 마키야마 전망대였다.
산호초가 융기하여 높은 산이 없고, 섬 한바퀴를 빙 돌아야 약 100km인 미야코지마다보니
마키야마 전망대에서 미야코지마, 구리마지마, 이케마지마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편, 이 날 투어에는 전날보다 높은 연령대의 참가자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그 분들에게 마키야마 전망대의 계단이 오르고 내리기 힘들었던 듯했다.
가이드에게 더 높은 곳오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느냐고 묻던 걸 봐서는…
(그 분들 스나야마 비치는 가셨으려나 모르겠네.)




이라부 대교를 건너 다시 미야코지마로 돌아온 뒤,
우에노 지역에 위치한 관광농원인 유토피아 팜에 들렀다.
바나나, 망고, 파파야, 용과 등 다양한 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곳이었는데,
우리가 방문했던 시즌에는 망고가 제철이라, 신선한 생 망고를 파르페 등으로 맛볼 수 있었다.
다만 판매 수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지,
오전에 방문했음에도 먹고 싶었던 망고 디저트가 품절이라 아쉬웠다…
참고로 미야코지마는 일본 내에서 망고 생산량 1위를 자랑하며,
섬 내에서는 3번째로 많이 재배되는 농산물이라고 한다. (1위 사탕수수, 2위 잎담배)
이렇듯 많이 재배되는 망고는 과실을 키울 때 물이 많이 필요한 작물인데,
석회질 토양으로 강이 없는 미야코지마는 지하수를 이용해 농업용수를 공급한다고 한다.
미야코지마 지하에 불투수층이 있어 빗물이 그곳에 고이는데,
그렇게 고인 물이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지하 댐을 만들어 지하수를 보존한다고.
다만 그 양이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닌지,
지하수를 끌어올려 농업 용수로 뿌릴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유토피아 관광을 마치고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점심을 먹는 겸 기념품을 사러 휴게소인 시마노에키 미야코에 들렀다.
휴게소에 내리기 전, 가이드가 이곳을 본토의 미치노에키라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휴게소에 가보니 가이드가 왜 그런 말을 한 지 알 것 같았다.
이곳은 우리나라나 일본의 고속도로에 자리한 거대한 휴게소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고,
동네 주민들이 오가며 장도 보고, 가볍게 식사도 할 수 있는 느낌이었다.
(참고로 미치노에키(道の駅)는 일본에서 고속도로 휴게소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 곳의 푸드코트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나는 소키소바, 일행은 바다포도 가쓰오 덮밥을 골랐고,
반찬으로는 일행이 마트를 둘러보고 골라온 파파야 참푸루를 곁들였다.
소키(ソーキ)란 간장, 술, 설탕 등에 뼈가 무르도록 달콤짭쪼름하게 조려낸 류큐 향토요리로
이 고명을 사용하여 만든 류큐 지역의 소바를 소키 소바라고 부르더라.

점심을 먹은 뒤에는 푸드코트 뒤쪽의 마트를 둘러보았다.
유키시오, 흑설탕, 망고 등 여러가지 미야코지마의 기념품을 팔고 있었는데,
귀국 일정이 앞당겨지며 느긋하게 쇼핑할 날이 사라진 까닭에
대부분의 기념품을 이곳에서 장만했다.
그리고 여주, 고구마 등 미야코지마산 야채도 팔고 있었는데,
이 야채들은 본토로의 병해충 유입 방지하기 위해 섬 밖으로의 반출이 제한되고 있었다.


약 1시간의 자유시간 후, 버스는 북쪽으로 더 달려 스나야마 비치에 도착했다.
아치 아래로 미야코블루의 바다가 보이는 지형으로도 유명한 곳인데,
그게 보이는 해변에 가기 위해 사구인 스나야마(砂山)를 건너지 않으면 안 되었다.
가이드는 내려가는 길은 조금 올라가고 많이 내려가는 형태라고 말했는데,
그것은 뒤집어 말하면, 올라오는 길은 많이 올라가고 조금 내려가는 형태라는 뜻이었다…
햇볕이 가장 따가운 시간이었기에 올라올 때 괜찮을까 싶었는데,
나는 바다에 일단 들어가 몸을 식혀서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올라오는 내내 모래가 발로 쏟아져내린 탓에 일행이 많이 힘들어하더라…


그래도 내가 감동했던 하얀 모래와 미야코블루 바다를 일행도 감동했으니, 되었다.
(참고로 스나야마 비치의 모래도 고운 입자로 되어있어 맨발로 들어가도 무방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급격하게 더운 날씨에 사람들이 지치기 시작했는지
가이드가 안내해준 시간보다 일찍 버스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스나야마 비치도 30분 정도 체류 예정이었는데, 20분 쯤 머물렀던 것 같다.
그렇게 더위를 피해 올라탄 버스를 타고 더 북쪽으로 이동하는 길,
가이드는 오키나와 본섬과 다른 미야코지마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오키나와의 영물로 유명한 시사는, 정확히는 류큐의 영물이라고 한다.
미야코지마는 전통적으로 판투라는 수호신을 통해 액운을 막으려고 했다는데,
마을의 젊은 청년 세 명 정도가 진흙과 풀을 온몸에 바르고,
판투가 되어 마을을 돌며 사람들과 집에 진흙을 묻혀 액운을 씻어내는 행사를 치렀다고.
본래는 촌락 단위에서 일정한 시기에 행해지는 의식이었지만,
현재는 유네스코 무형유산에 등록되었고, sns 등을 통해 유명해지면서
수 많은 관광객들이 판투를 보기 위해 미야코지마를 찾는다고 한다.

가이드는 그 외에도
물 수 자(水)를 닮은 소라가 류큐에서 행운을 가져다주는 해양생물로 여겨진다는 얘기,
낙도인 미야코지마는 집세가 비싸고, 쌀 등의 생필품이 본토보다 가격대가 높다는 얘기,
북상하고 있는 태풍을 대비하기 위해 사람들이 마트에서 사재기를 한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그러는 사이 버스는 시마지리 맹그로브 숲에 도착했다.
이곳은 미야코지마에서 가장 큰 맹그로브 숲으로,
산책 데크가 잘 조성되어 있어 천천히 산책하며 독특한 맹그로브와 수생물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간조 때에 가서 게도 보고, 뿌리가 드러난 나무들도 보았다.
특이했던 것은 이 맹그로브들의 생존 방식이었는데,
뿌리를 통해 빨아들이는 염수의 염분을 잎 하나에 몰빵시켜 살아남는다고 한다.
이렇게 소금이 한가득 축된 잎이 죽어서 땅에 떨어지면,
식물은 몸안에 쌓여가던 염분을 몸밖으로 완전히 배출하여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곳이었지만,
날씨가 너무 더운데다, 잠에서 덜 깨서 비몽사몽한 일행을 끌고 다니기가 힘들어서
적당히 사진만 찍고 돌아왔다.
덥기는 다들 매한가지인 듯, 이곳에서도 부여된 시간을 다 채우지 않고 떠났다.

맹그로브숲을 떠난 버스는 다시 남쪽으로 내려와,
마지막 목적지인 요나하 마에하마 비치에 들렀다.
(나도 일행도 투어 동선을 도대체 왜 이렇게 짠 건지 의문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미야코블루의 바다에 발을 담그며 시간을 보냈다.
비록 이곳에는 산호가 거의 없어 시기라 비치처럼 커다란 물고기는 없었지만,
조그만 물고기들이 부두 주변에 약간 징그러울 정도로 바글바글 모여있더라.
버스로 돌아가는 길에는 일본의 8대 재래마馬 중 하나인 미야코지마 말도 보았다.
크기가 보통 말보다 작지만, 발굽이 단단하고 병에 강한 편이라고.
오랫동안 섬 사람들의 주요한 농경, 운송 수단이었지만,
농기계와 자동차 등이 보급되면서 수가 멸종 직전까지 급락하였다가,
현재는 천연기념물로 등록되어 개체수 보존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투어를 마친 버스는 오후 다섯 시 경 우리를 히라라 시내에 내려주었다.
본래 투어 종료 예정 시간은 30분 뒤인 오후 다섯 시 반이었는데…
오후 관광지에서 조금씩 일찍 출발하다보니 투어까지 일찍 끝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오히려 시내 구경도 하고 좋았다는 뜻임)
전날과 달리 짐이 없었기에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 블루씰 아이스크림을 먹고, 기념품샵도 구경했다.
미야코지마에 온 만큼 유키시오와 흑당으로 만들어진 아이스크림을 시켜서 나눠먹었다.
그리고 저번 오키나와 여행 때도 그랬지만, 블루씰은 저 와플이 참 맛있다.
그리고 가게를 나가다보니 마모루군이 있었다.
마모루군은 교통안전계도 목적의 마네킹으로 섬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새하얀 얼굴과 무표정한 표정 때문에 기묘한 느낌을 주지만,
섬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의외로 큰 인기를 얻어 미야코지마의 마스코트가 됐다고…
더 귀여운 걸 마스코트로 할 수도 있었을텐데
왜 하필 저렇게 조금 소름끼치게 생긴 마네킹을 마스코트로 삼았을까 싶은 건 차치하고,
마네킹을 모두 수작업으로 칠해, 얼굴이 조금씩 다르고,
이 때문에 각기 다른 이름을 가진 형제 설정이 있다는 게 웃기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저렇게 웃긴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지자체 마스코트가 많아져야 할텐데 말이지…

숙소로 돌아오는 길, 마트에 또 가봐야 먹을 게 없을 것 같아서 편의점에 들렀다.
다행히 편의점에는 먹을 게 있어서 전날 남은 음식과 함께 먹을 요량으로 이것저것 샀다.
그렇게 숙소로 진입하는 도로에서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했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보니,
오른쪽에 차가 많이 밀려있어서 일단 그 차들을 다 보내고 건너기로 했다.
마지막 차가 횡단보도를 통과하고 우리가 횡단보도를 막 건너가려는 순간,
맞은 편에서 렌터카로 보이는 차가 달려오다 급정거했다.
막 횡단보도를 지나간 차에 가려 우리를 제때 보지 못한 게 분명했다.
셋째 날부터 렌터카가 많아 사고가 빈번하다는 소리를 들어왔었는데,
마지막 아닌 마지막 날 이렇게 사고를 맞닥뜨릴 뻔하니,
무리하게 렌터카를 빌리지 않고 버스투어를 이용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숙소로 돌아오니
게스트하우스 공용공간이 비행기를 바꾸는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내일 비행기를 오늘 저녁에 찾으려다보니 비행기 확보가 녹록치 않아 보였는데…
다음 날 얘기를 들으니 다들 어찌저찌 비행기를 예약해 미야코지마를 뜨는 모양이었다.
이 날 다이빙을 했던 한 사람은 못 가는 상태니 빼고…

그렇게 찾아온 여행 마지막 날.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서 공항 행 버스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전날, 전전날 탔던 LeaLea 버스가 지나가는 게 보여 괜히 반갑더라.
우리가 탄 버스는 미야코시모지시마 에어포트 라이너 (논스톱) 이었다.
히라라 시내에서 약 30분이면 시모지시마공항에 도착하는데,
리무진 형태의 버스가 와서 짐을 맡기고 편하게 공항까지 이동했다.
요금은 성인 기준 600엔으로, 컨택리스 카드를 이용해 결제할 수 있었다.
우선 버스를 탈 때 카드를 찍고,
기사님이 주는, 인원수와 탑승한 정류장이 찍힌 종이를 들고 있으면,
시모지시마 공항에 도착했을 때, 직원이 카드 리더기를 들고 버스에 타는데,
그때 받았던 종이와 카드를 내밀면 운임을 결제하는 형태였다.
미야코시모지시마 에어포트 라이너 시간표 : https://shimojishima.jp/access_top/access_bus/?locale=ja

시모지시마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9시로, 아직 체크인 수속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시모지시마 공항을 한 바퀴 둘러보고, 짐을 정리했는데
일단 공항이 크지 않고, 안에 딱히 기념품이 많다는 얘기를 듣지 못해서
몇 안 되는 대부분의 기념품을 이곳에서 샀다.
그런데 지마미 두부는 이곳에서 산 것보다 시내 마트에서 산 게 훨씬 맛있었다…
시모지시마 공항의 기념품을 둘러보다보면,
사진처럼 면세점에는 미야코지마의 식품, 과자 기념품이 없다는 안내문을 볼 수 있다.
실제로 면세점 기념품 샵에는 로이스, 시로이코이비토 등
다른 일본 공항에서도 볼 수 있는 기념품들 위주로 팔고 있었다.
그러니 시내 기념품 샵에서 미야코지마의 먹거리를 구입하지 않았다면
체크인 전 혹은 국내선 탑승 지역의 기념품 샵에서 사도록 하자.
특히 바다포도, 지마미 두부처럼 액체류로 분류될 수 있는 것들은
체크인 수속이 진행되는 외부 지역의 기념품 샵에서 구매한 뒤, 수하물에 부쳐야 한다.


체크인 수속을 밟고, 국내선 탑승 구역으로 들어갔다.
가는 길에 미야코 여행 후기를 보면 꼭 보이는 연못 같은 곳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출국 수속도 단번에 받으려고 했는데, 너무 일찍 왔다고 안 받아주더라…
기다리는 동안 점심 시간이 가까워져서인지 배가 고팠기에 샐러드와 마구로 덮밥을 먹었다.
가게에 미야코지마의 된장으로 만든 한국식 양념치킨 덮밥을 팔고 있던데
그건 무슨 맛이었을지 궁금하다. (비싸서 먹을 생각은 없었지만)



비행기 이륙 후, 인천으로 돌아가는 길은 아주 평화로웠다.
태풍이 온다는 말이 무색하다기 보다는,
태풍이 오고 있기 때문에 날씨가 그렇게 맑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에어 카페의 폴바셋 아이스 커피가 참 맛있었다.
생각보다 기념품 쇼핑은 많이 하지 않았던 미야코지마.
비수기 때 호캉스로 한 번 더 온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이번 여행에서 못 즐긴 시내 레스토랑도 즐겨보고
4박5일 간의 미야코지마 여행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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